[한경에세이] 공직자의 겸손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 나를 낮추는 것을 겸손이라고 한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국민에 대해 자기를 낮추는 겸손 의무가 무한대로 요구된다 할 것이다. 공무원법상 친절 의무는 하나의 예다.

명심보감 계성(戒性) 편에 ‘굴기자능처중(屈起者能處衆·자기를 낮추는 자만이 남을 다스릴 수 있다)’, 성경에는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끝이 되고 종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자연의 섭리를 예로 들어 자기를 낮추는 겸손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다. ‘강과 바다가 능히 모든 계곡의 왕자가 될 수 있는 까닭은 강이나 바다가 제일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백성의 위(上)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말투로서 아래(下)에 있음을 보이고, 백성보다 앞(先)에 있고자 하면 반드시 몸으로 뒤(後)에 있음을 보이라.’ 이들 교훈은 공직자와 사회 지도층에게 겸손의 미덕을 가르치는 것이다.

때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기(氣)싸움 사례를 가지고 겸손의 진수를 설명하기도 한다. 시어머니가 “친정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워 왔느냐?” 하고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며느리는 공손하게 “저는 친정에서 배워 온다고 했어도 시집와서 어머니께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모르는 것은 자꾸 나무라시고 가르쳐주세요” 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번에는 시어머니가 “그런 것도 모르면서 대학 나왔다고 하느냐?”라고 며느리에게 모욕을 줬다. 그렇지만 며느리는 도리어 머리를 조아리며 “요즘 대학 나왔다고 해봐야 옛날 초등학교 나온 것만도 못해요, 어머니” 하고 말했다. 며느리가 매사에 이런 식이니, 시어머니가 아무리 찔러도 대꾸가 없으므로 불안하고 피곤한 것은 오히려 시어머니 쪽이었다. 결국 시어머니가 “너에게 졌으니 집안 모든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드센 어른이라 해도 겸손에는 이길 수 없다.

아무리 무서운 국민이라 해도 공직자가 무한 겸손의 자세를 보일 때 국민은 용서하고 애정 어린 신뢰를 보낼 것이다. 우리 전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겸손이 자기 발전의 길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항상 자기 낮춤의 자세를 견지해 공무원의 오만으로 상처받는 국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신연희 < 강남구청장 shyeon@gangnam.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