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쉼없이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 보유비중을 늘리고 있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덕분에 연중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외국인의 '러브콜'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기업실적 개선이 가능한 하반기 이후로 집중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따라서 대형주(株) 가운데 정보기술(IT), 운송, 정유, 화학 업종 위주로 대응전략을 짜 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 외국인 2월 중순 이후 3조6000억 '사자'…외환시장 안정·금리인하로 우호적 환경

2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1월부터 지금까지 약 3조80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2월 중순부터 전날까지 순매수 규모는 3조6000억원을 웃돈다.

그렉시트(Grexit) 우려와 국제유가 변동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난달 중순 이후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러브콜'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은 2월 15일 이후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샀다.

신영증권 김재홍 매크로전략 연구원은 이에 대해 "호의적인 원·달러 환율 수준(1100~1150원), 달러 환산 코스피(KOSPI)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 금리인하에 따른 우호적인 국내 주식시장 환경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외국인의 시각에서 볼 때 달러화 강세 둔화(원화 강세)는 투자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좋은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시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외국인은 속도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금리인상발(發)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유럽 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급격한 유료화 약세는 독일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인데 이것이 바로 외국인의 노림수"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증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 투자 주체가 외국인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순매수가 지속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시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 外人, 밸류에이션 매력株 집중…1분기 '실적 시즌' 기대도 커져

요즘 외국인 매매의 특징은 업종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곳을 순매수하는 것이라고 증시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더욱이 1분기 국내 기업 실적이 우려보다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증시 주변 분위기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KB투자증권 김 솔 퀀트전략팀 연구원은 "코스피 이익 추이는 연초 대비 하향되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그 하향 폭이 과거 1분기 하향 폭보다 작다"면서 "3월 들어서는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상향 조정되고 있어 1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외국인 등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업종별로 살펴보면 운송, 디스플레이, 하드웨어, 반도체 업종 등이 연초 이후 이익추정치가 상향 조정됐다"며 "이익 규모가 큰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어 코스피의 전반적인 이익 흐름은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KOSPI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1분기 코스피의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는 연초 대비 크게 하향되는 패턴을 보여왔지만, 2015년 1분기는 과거와 다르게 1.5% 정도 하향되는 수준이라는 것. 게다가 2월 말부터는 소폭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1분기 코스피 순이익은 현재 23조5000억원으로 예상되고 향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1분기와 3분기는 실적 쇼크가 다른 분기에 비해 확률적으로 적게 나타나며 실적 쇼크의 폭도 낮은 편이라서 이번 1분기 역시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어 실적 쇼크가 나올 확률 역시 낮다"고 말했다.

◆ "하반기에 외국인 비중 급증할수도"…앞으로 투자전략은?

손휘원 삼성증권 투저전략팀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재평가는 우선 실적 개선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과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로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수 있는 하반기 이후부터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유동성 확대와 환율 효과로 인한 유로, 엔 캐리 자금 유입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외국인 순매수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본격적 자금 유입 기대는 아직까지 시기상조인데다 이는 글로벌 경제지표(매크로) 불확실성과 유가 변동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신흥시장으로 자금 이동 재개가 나타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기술적분석팀 연구원은 "신흥 시장 안정 시 이익 차별화와 낮은 펀드 비중으로 인해 외국인의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스타일에 맞고 신흥 시장 내 이익 전망이 양호한 업종은 건강관리, 금융, 산업재, IT"라고 권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퀀트전략팀 연구원의 경우 단기적으론 IT와 운송업 위주로 대응하고 중기적으로 정유, 화학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인은 2월 13일 이후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 상위 종목 위주의 대형주를 매수하고 있다"면서 "업종별로는 이머징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낮은 금융 섹터를 제외한 모든 업종을 사고 있는데 특정 업종에 대한 선호보다 환차익을 고려한 국내 시장의 바스켓 매매형태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유가 상승과 더불어 에너지, 화학 업종의 매력이 커질 것이고, 달러 강세에 따른 IT 이익 증가가 기대돼 이들 업종 위주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반면 "달러 강세가 둔화될 경우 IT, 운송에서 에너지, 화학 등으로 비중 전환을 고려하는 유연한 접근이 유효할 것"이라고 정 연구원은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