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회동을 하루 앞둔 16일 청와대와 여야는 각자 테이블에 올릴 의제와 입장을 최종 정리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만남의 형식은 3자 회동이지만 지난 대선 격돌 후 27개월 만에 처음 공식으로 마주한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주연'이고, 김 대표는 '조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행사장에서 얼굴을 마주쳤으나, 공식 회동으로는 볼 수 없다.

대권을 놓고 경쟁했던 여야의 대선후보가 아니라 대통령과 야당 대표로서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경쟁'과 '협력'의 코드를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하느냐가 주요 과제다.

박 대통령은 임기의 반환점인 집권 3년차를 맞아 소통 행보에 주력하고 있고, 문 대표는 차기 대권을 겨냥해 이념보다는 경제행보에 집중하는 등 모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공통의 주제인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승적인 협력 원칙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과거처럼 하지 않느니만 못했던 실패한 '영수회담'을 반복할 경우 박 대통령이나 문 대표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서 최소한의 접점과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얻고자 하는 '기대치'의 차이 때문에 각론에서 입장차만 확인하고 별다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기본적으로 회동 성격을 중동 순방의 성과 보고회로 규정한 청와대와 폭넓은 대화를 통해 가시적 결과를 얻으려는 야당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정자를 자임하고 나선 김 대표가 양측 사이에서 회담 성과의 산파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 朴대통령, '소통'과 '협력' 두 마리 토끼 잡을까 = 청와대 3자 회동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달라진 소통 행보의 일환이다.

제1야당 대표와의 대좌라는 점에서 반대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소통의 지도자'라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집권 3년차 국정운영 재도약을 위한 야당의 협력도 끌어내는 것이 박 대통령의 과제이다.

박 대통령은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를 설명하면서 '제2의 중동붐'을 '제2의 한강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자연스럽게 경제 재도약을 위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순방 결과 설명을 회담의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야당과의 대화를 통한 민생경제 돌파구 마련을 '플러스 알파'로 챙기겠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특히 국회의 입법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의 의욕적인 국정 구상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우선 처리를 요구한 30개 경제활성화법 중 남은 9개 법안의 통과 협조를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올해 중점 사업인 4대 분야 구조개혁에 대한 협조 등이 박 대통령의 주요 당부사항이 될 것으로 꼽힌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다는 점을 내세워 야당의 협조를 압박해 박근혜 정부의 주요 성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또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국내 배치와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등의 민감한 안보 문제가 거론될 경우에는 박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는 수준에서 대응할 것으로 전해졌다.

◇ 文, 견제하는 야당 당수? 협력하는 국정 파트너? = 문 대표로서는 청와대 회동은 제1야당 당수로서 리더십을 평가받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독한 모습'으로 정부 여당의 국정 기조를 견제하라는 지지자들의 요구가 있는 반면, 낡은 틀을 벗어난 국정의 파트너로서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도 함께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하며 잇단 경제·안보 행보로 중도와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선 만큼 국정의 발목을 잡는 듯한 모습보다는 협력할 것은 과감히 협력하는 안정감있는 리더의 모습을 연출하는 쪽에도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두 자릿수대 최저임금 인상률 책정 등 정부도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야의 이슈를 중심으로 사전 합의 도출에 안간힘을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대표직 취임 후 첫 청와대 회동에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권행보의 첫 깃발로 '포용적 성장'을 내건 문 대표는 그 방법론으로 제시한 소득주도성장론을 정부의 새 경제정책 기조로 채택할 것도 강하게 촉구할 예정이다.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회동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이를 내년 총선 승리와 대권 재수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깔려 있다.

다만 정부·여당과의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하는 의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차이점을 드러냄으로써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도 막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 중재자 자임한 金, 공무원연금 개혁 주력할 듯 = 김 대표는 이번 회동에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쪽으로 자기 역할 설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여야 대표회동은 야당 대표가 더 많은 얘기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박 대통령에게 정례적으로 여야 대표들과 만나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안으로는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거듭 요청하며, 여야가 합의한 대로 5월2일까지 공무원 연금개혁을 국회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활성화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에 대해서도 박대통령과 보조를 맞출 전망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10%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 제안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 대표는 대한상의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표를 의식한 선심 경쟁에 나서며 이처럼 기업이 원하는 바와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보인 경우가 많다"며 인위적 임금인상에 대한 반대 소신을 밝혔다.

또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인권법의 4월 임시국회 처리, 국회에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 입법 필요성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김경희 박성민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