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베시 삼림안전실 직원들이 지난 5일 소나무재선충 피해지인 후타다비산에서 천적을 이용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일본 고베시 삼림안전실 직원들이 지난 5일 소나무재선충 피해지인 후타다비산에서 천적을 이용한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지난 5일 일본 교토 시내에서 약 15㎞ 떨어진 교토대 가모가미 연습림. 진입로에 들어서자 길 양쪽으로 누렇게 말라죽은 소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평생 소나무재선충병을 연구한 후타이 가즈요시 교토대 명예교수(67·삼림미생물생태학)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일종의 전염병”이라며 “그동안 연구를 종합해보면 초기 항공방제가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방제는 적용 범위가 넓고 환경오염을 우려한 주민 반대도 만만치 않다”며 “하지만 항공방제 시기를 놓치면 소나무재선충병이 크게 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선충병 방제 기술 개발 절실

일본의 소나무재선충병은 1905년 미국에서 나가사키항을 통해 들어왔다. 일본의 전체 산림 면적은 2515만㏊다. 이 중 소나무 면적은 7%(176만㏊)였지만 소나무재선충병이 창궐하면서 지금은 3%(75만㏊)로 줄어들었다. 일본 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전국 2위 지역인 효고현 고베시 인근의 후타다비산 주변은 심각했다. 죽은 소나무들이 흉물처럼 쌓여 있었다. 산기슭에는 약제를 주입한 뒤 갈색 비닐을 씌워놓은 소나무도 눈에 띄었다. 효고현 삼림안전실 관계자는 “비닐로 덮어놓은 피해목은 곰팡이의 일종인 보베리아균을 주입하는 천적을 이용한 방법으로 소나무를 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케우치 유코 교토대대학원 농학연구과 교수는 “저항성이 강한 소나무 품종을 개발하는 것을 비롯 소나무 모두베기, 매개충 발생장소 제거를 위한 항공방제, 수간주사 등의 방법으로 방제한다”며 “수년간 이렇게 해오면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초기 항공방제가 중요하다”며 “가치가 있는 소나무림은 확실하게 보존하고 나머지는 제거하는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26년간 860만그루 피해

일본 소나무숲, 재선충병으로 절반 넘게 고사…"한국, 항공방제로 초기 진압 나서야"
국내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10월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 1월까지 경남 경북 제주 등 전국 74개 지방자치단체로 퍼졌다. 고사한 소나무는 경남이 35만7538그루로 가장 많고 경북(26만4387그루), 제주(21만7782그루), 울산(11만7872그루), 경기(4만3013그루), 부산(3만9042그루) 순으로 총 860만그루에 이른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 확산 추세를 보면 내달 말까지 109만그루가 더 죽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선충병이 발생하면 1차는 산주가, 2차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어 방제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70만그루가 고사하는 등 매년 수십만그루가 피해를 보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부가 피해 지역을 직접 방제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