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 포석도

카드업계와 복합할부상품 수수료율 인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현대자동차가 현대캐피탈 할부금리를 평균 1% 포인트 인하하는 카드를 꺼냈다.

이는 현대차가 카드업계와 협상 끝에 줄줄이 복합할부상품의 판매를 중단시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축소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 남은 삼성카드와의 복합할부 수수료율 인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달부터 모든 차종의 할부 기준금리를 평균 1% 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을 통해 원리금 균등납부 방식으로 현대차를 사는 소비자들은 선수금 15% 이상을 내면 기존의 연 5.9%(12·24·36개월)인 금리는 4.9%로, 6.9%(48개월)인 금리는 5.9%를 적용받는다.

또 7.5%(60개월)인 금리도 5.9%로 낮아져 전체 평균 1%포인트가 인하된다.

이러한 금리 인하는 이달 2일부터 차량을 구매한 고객에게 소급 적용된다.

현대차는 할부금리 인하로 1천만원당 약 15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종별로는 엑센트가 약 18만원, i30는 약 22만원, 그랜저·싼타페는 약 34만원, 에쿠스는 약 85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생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할부금리 인하는 고객의 혜택을 확대하고 판매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율 인하 갈등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카드 복합할부는 자동차를 사는 고객이 할부금융사의 할부를 이용하는 과정에 카드사가 개입된 구조의 상품이다.

소비자가 차를 살 때 신용카드로 자동차 대금을 결제하면 자동차사는 이틀 뒤 카드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카드사는 할부금융사로부터 결제 3일 후 전액을 받게 된다.

고객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를 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회사는 카드사에 1.9%(KB카드는 1.85%)의 가맹점 수수료를 내야 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하루만 자금 조달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고객이 차량대금 2천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 38만원을 챙기는 것은 과도하다며 카드사들에 수수료를 체크카드 수준(1.3∼1.5%)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가맹점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사들과 잇따라 수수료율 인하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KB국민카드는 체크카드 수수료율(1.5%) 수준에서 낮췄고, 수수료율 인하를 거부한 신한카드와 BC카드 등은 복합할부 상품 판매 자체를 중단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카드 복합할부 폐지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따라서 현대차의 이번 조치는 복합할부상품을 없애도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현대차는 카드 복합할부 상품은 36개월, 48개월, 60개월 할부 모두 5.9% 금리가 적용됐지만, 현대캐피탈 할부상품을 이용하면 36개월 할부를 4.9%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가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마지막 남은 삼성카드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40% 선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내수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 함께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현대차는 이달 19일 가맹점 계약이 만료되는 삼성크카드에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3%로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삼성카드는 1.7% 이하로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이번 협상은 재계 서열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 간 대결로 비치면서 양측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할부금리를 내리면서 삼성카드가 복합할부 상품을 유지할 명분이 줄어들게 됐다"고 풀이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조치로 카드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선택권을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복합할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 현대차의 이번 조치로 카드사들의 입지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의 금리 인하가 얼마나 지속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 "복합할부 판매 중단으로 고객 선택권이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 고객들한테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태종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