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론' 펴낸 남형두 연세대 교수 "표절 논란,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싶었죠"
“우리 사회가 표절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선진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표절 논란을 일으키면 오히려 표절 문제를 정확히 바라볼 수 없습니다.”

표절은 학계는 물론 공직 사회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다. 교수 임용, 총장 선출, 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단골로 나오는 문제 중 하나가 표절이다. 국내 대표적인 저작권 전문가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1·사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표절에 관한 학문적 종합 연구서인 ‘표절론’(현암사)을 펴냈다. 남 교수는 1986년 사법시험 합격 후 변호사로 일하다 2005년 연세대로 자리를 옮겨 지식재산권법을 연구하고 있다.

남 교수는 “표절 검색 소프트웨어로 누구나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논문의 50%가 비슷하다고 반드시 표절이라고 할 수 없으며 10%만 같아도 표절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표절 판정을 하려면 전문성과 오랜 조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책은 표절에 관한 철학·역사적 이론, 자기표절, 중복게재, 논문가로채기, 검증시효 등 표절에 관한 구체적 쟁점, 표절 판정 기준과 절차에 관한 규정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책 뒤에 수록된 표절 백문(百問)의 주제를 따라서 각자의 관심사에 맞는 부분을 먼저 읽을 수 있다.

책에는 ‘실수에 의한 표절은 표절이 아닐까’, ‘재인용의 경우 원출처를 확인해야 하는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표절을 둘러싼 여러 이슈를 충분히 공부하면 자유롭고 정직한 글쓰기를 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의견들이 나온다는 것이 남 교수의 지론이다.

“표절이 판치는 사회에선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내 것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나오게 됩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