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쟁이들의 모임' 오명 벗고 뉴욕을 글로벌 패션 중심으로 이끈 뉴욕패션위크의 혁신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링컨센터 파빌리온.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전시장은 전 세계에서 온 의류업체와 패션전문가, 디자이너, 모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오는 19일까지 계속되는 뉴욕패션위크 동안 진행되는 패션쇼만 300건. 비공식 패션쇼까지 포함하면 530건에 달한다.

1993년 시작된 뉴욕패션위크는 파리, 런던, 밀라노 등 유럽의 패션위크를 제치고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글로벌 패션행사로 자리 잡았다. 미국 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세계에서 25만명이 뉴욕을 방문하고, 이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효과만 8억87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캐롤린 마로니 의원은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18만명이 뉴욕의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다”며 “패션은 그 자체로 거대한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900개가 넘는 패션기업이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고, 이들이 지출하는 인건비만 110억달러에 달한다. 세금도 연간 20억달러를 내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뉴욕 패션산업의 배경에는 파리, 런던, 밀라노보다 한 달 먼저 열려 그해 패션 흐름을 주도하는 뉴욕패션위크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패션쇼는 1999년까지만 해도 다른 유럽 패션쇼가 다 끝난 후 가장 늦게 열려 “카피캣(copy cat)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이에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는 2000년부터 개최 기간을 대폭 앞당겼다. 펀 멜리스 전 CFDA 이사는 “뉴욕 패션의 자존심을 걸고 전 세계 유행을 선도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젊은 디자이너들을 과감히 끌어들여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각종 비즈니스와 연계했다”며 “이 같은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랄프 로렌과 캘빈 클라인, 도나카란 등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영향력도 뉴욕패션위크를 통해 더욱 커졌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의 집중적인 지원도 글로벌 패션쇼로 자리매김하는 배경이 됐다.

한국 정부가 한국의 패션(K패션)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창구로 파리가 아닌 뉴욕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통해 K패션을 글로벌 무대에 선보이기 위해 마련된 이날 ‘콘셉트 코리아’ 패션쇼에선 이주영 고태용 이승희 등 3명의 신진 디자이너 작품이 선보였다.

김영덕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21명의 디자이너가 ‘콘셉트 코리아’를 통해 뉴욕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