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에서 성공방정식 새로 쓰는 '장그래 3인'
‘금융가의 장그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삼성증권 도곡지점의 프라이빗뱅커(PB) 차진혁 주임(30·왼쪽), 서유태 교보증권 법인영업팀 주임(28·가운데), 김민수 삼성생명 계리사(28·오른쪽) 등이다.

이들은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 바둑 공부를 했다. “흐름을 읽으면서 모든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금융과 바둑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도 같다.

서 주임은 아홉 살 때부터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바둑연구생 생활을 했다. 명지대 바둑학과에 진학했지만 프로기사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증권·금융 관련 교양 수업을 듣다가 증권사 입사를 결심했다. 그는 “바둑은 다음 한 수를 결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왜’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증권도 마찬가지라 도전했다”고 말했다.

열 살 때부터 7년간 바둑을 둔 차 주임 역시 “금융과 바둑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판의 흐름을 꿰뚫는 ‘역지사지(易地思之)’ 게임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설명했다. 일곱 살 때부터 10년간 바둑을 두다가 검정고시를 거쳐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에 진학한 김 계리사도 “보험계리는 숫자와 논리로만 이뤄지는 업무인데 바둑도 이와 비슷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회사에서도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 목표실적 달성률 1위를 한 차 주임은 입사 초기 신입사원 평가에선 꼴찌였다. 바둑을 두고 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돌을 놔보는 ‘복기’를 업무에 적용해 역전에 성공했다. 차 주임은 “과거 3년간 주식 차트 등을 그대로 그려보면서 흐름을 통째로 파악하고 외웠다”고 말했다. 서 주임은 “스물다섯 살 때 입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바둑만 뒀기 때문에 분수 계산조차 제대로 할 줄 몰랐다”며 “그러나 도장에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앉아 바둑판을 들여다봤던 끈기로 공부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 계리사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자면 초반이 막 끝나고 중반에 해당하는 시점”이라며 “승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결정적인 한 수를 두기 위해 더욱 집중하고 공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