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항공기 항로변경 유죄…징역 1년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2일 ‘땅콩회항’ 사건 1심에서 “이번 사건은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이며, (조 전 부사장이) 사건 발단의 원인을 승무원의 매뉴얼 위반으로 진술하는 등 진정한 반성이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구속 기소된 여모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57)에게는 징역 8월의 실형을, 김모 국토교통부 조사관(54)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고통이 매우 크고 그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며 “그러나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이 초범이고 여론 악화로 고통을 받았으며, 20개월 된 쌍둥이 아기의 어머니인 점, 대한항공이 관련자들의 정상 근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항공기 항로변경죄를 인정했다. 국내에서 항로변경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항공보안법 제42조 항로변경은 공로(空路)뿐만 아니라 이륙 전 지상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며 “출발을 위해 푸시백(탑승게이트에서 견인차를 이용해 뒤로 이동하는 것)을 시작했다가 정지한 뒤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하면서 비행기가 진행 방향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항로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항공기가 당시 불과 17m만 이동했고, 항로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지상로까지 항로에 포함하는 것은 최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비록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 등의 상사이지만 (항공기 탑승 및 하기 등은) 절차에 맞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조 전 부사장은 승객으로 탑승했고, 비행기 안에서 폭행 및 욕설을 한 것은 경영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항공기안전운항저해 폭행 혐의와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국토부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피고인의 폭행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불충분한 조사가 원인”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전 공판까지 줄곧 고개를 숙였던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법정에선 얼굴을 들고 재판을 지켜봤다. 그러나 후반부에 재판부가 자신이 제출한 반성문을 읽자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반성문에서 “제 잘못을 알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상처가 가급적 빨리 낫기를 소망한다. 어떻게 해야 용서가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변호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서정희 변호사는 “판결문을 검토하고 조 전 부사장과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호/이미아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