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자 한국경제신문 A1면에 실린 ‘度 넘은 개인회생 악용…빚 2兆 탕감’ 기사에 달린 댓글은 ‘개인회생’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가득찼다. “아는 사람이 개인회생 받더니 벤츠 사고 해외여행 가더라” “명품 사려고 돈을 최대한 빌린 뒤 고의로 개인회생 신청하는 사람도 봤다” 등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다. 이러니 ‘빚 갚으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라는 구룡마을의 주민자치회관 철거작업에서 발견됐다는 호화물품들도 마찬가지다. 고급 양주, 외제 골프채 등이 즐비했다는 전언이다. 경미한 접촉 사고에도 병원에 장기 입원부터 하는 행태는 또 어떤가. 2010년 기준 자동차보험환자 입원율(55.2%)이 일본(5.5%)의 10배였다는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가. 곳곳에서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이러니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사에서 한국인은 ‘타인을 믿는다’는 비율이 34개국 중 25위에 불과했다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각종 국제기관들이 평가하는 한국의 투명성, 공정성 등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한마디로 저신뢰 사회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