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 전문업체 국제자산신탁은 다음달 초 모델하우스를 열고 강원 평창군에서 ‘더화이트 호텔’을 공급할 예정이다. 평창에서 분양형 호텔이 공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분양형 호텔은 오피스텔과 콘도처럼 객실을 일반인에게 분양한 뒤 운영업체가 객실 임대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분양계약자들에게 나눠주는 숙박시설을 말한다.

관광지만큼 출장 비즈니스맨 수요도 짭짤…산업단지 옆으로 가는 분양형 호텔
국제자산신탁 관계자는 “여름과 겨울 휴가철을 통틀어 지금도 숙박시설이 부족한 데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면 숙박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휘닉스파크 안에 들어서기 때문에 기존 생활편의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시작된 분양형 호텔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광지뿐 아니라 국내외 바이어를 겨냥해 기업들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 인근에도 공급되는 등 비즈니스 수요까지 겨냥하고 있다. 2012년 객실의 구분 등기가 가능해지면서 분양형 호텔이 수익형 부동산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1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분양 중이거나 예정인 분양형 호텔은 6개, 2319실에 달한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가 안 됐지만 이는 2013년 연간 공급 물량(2914실)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평창 더화이트호텔
평창 더화이트호텔
올해 분양형 호텔 시장은 ‘탈(脫) 제주’가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 2년 동안은 연간 9~10개 호텔이 분양되는 등 제주도에 공급이 집중됐다. 올해는 평창 속초 인천 등 주요 관광지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평창군 봉평면에서 공급되는 ‘더화이트 호텔’은 518실 규모다. 호텔 운영은 휘닉스파크가 맡는다. 강원 속초시 대포동에서는 속초라마다호텔이 분양 중이다. 글로벌 호텔그룹인 윈덤사 브랜드로 총 556실 규모다. 인천 중구 중산동에서는 ‘영종 로얄엠포리움호텔’(406실)이 곧 분양될 예정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분양형 호텔은 오피스텔처럼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며 “제주도에서는 이미 공급이 많이 돼 수도권과 지방 유명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관광지가 아닌 산업단지 인근에 분양형 호텔이 잇따라 들어서는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천안과 평택 등 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달 말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서는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420실)이 공급될 예정이다. 평택시 포승읍에서는 ‘평택 라마다앙코르호텔’(302실)이 최근 분양을 시작했다. 이들 호텔은 인근 기업들의 국내외 비즈니스 숙박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분양 대행사 측 설명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분양형 호텔에 대한 투자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지와 시행사, 시공사뿐 아니라 분양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부산 해운대 센텀호텔은 임원 공금 횡령 사건이 발생해 소유주연합회와 마찰을 빚었다. 이후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와 수익 등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위탁관리 계약을 맺으며 일단락됐다.

이우호 세빌스코리아 호텔 담당 이사는 “분양형 호텔은 비용을 뺀 수익을 분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사가 노하우가 있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곳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객실 주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인지도 계약서를 통해 분명히 알고 투자해야 억울한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