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경제신문의 ‘담합 과잉 제재’ 기사를 접한 대형 건설회사 수주 담당 임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8건에 달하는 담합 판정을 연이어 내리면서 국내 공공(公共)공사 시장은 이미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건설업계는 정부와 발주기관의 제재가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사중(四重) 제재다. 과징금 부과에 이어 형사처벌, 발주기관의 손해배상청구, 입찰 제한이 뒤따른다. 이 중 입찰 제한은 그 자체로 과잉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담합 적발 공사의 발주기관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 공공기관 공사에 참여할 수 없다. 건별 제재로 문제를 풀어가는 영국 등 건설 선진국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정부의 과잉 제재 해소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담합을 유도하는 제도로 지목받아온 ‘1사 1공구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5년 지난 공사에 대해선 담합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4대강 호남고속철도 등 ‘속성 사업’으로 발주된 공사 담합건에 대해선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물론 건설사들의 담합 자체는 잘못됐다. 어떤 경우든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 지난해 건설업계 최고경영자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과거 담합 행위를 반성하고 공정경쟁 실천하겠다”고 머리를 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과거 정부의 묵인 하에 관행적으로 이뤄진 담합에 대해 ‘그랜드 바겐(일괄처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접 고용만 100만명이 넘고 이사 중개업소 등 연관산업까지 합치면 800만명의 생활터전인 건설산업이 살아나야 침체에 빠진 내수경기도 활성화될 수 있어서다. 국내 상위 51개 건설사 모두가 수주 불능 위기에 빠진 현재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 건설의 미래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