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수도동귀(殊途同歸)
얼마 전 회사 창립일에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회사를 운영하며 숨 가쁘게 뛰어온 나를 돌아보고 싶었고, 회사의 밝은 미래를 직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초저녁부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나가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을 지나고 있었고 원고지 25장에 달하는 단편소설 분량의 긴 편지가 돼버렸다. 마지막 발송 버튼을 누르며 이런 질문도 잊지 않았다. “당신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항상 궁금했다. 가까이 서울부터 멀리는 뉴욕에서 근무하는 많은 직원이 어떤 목표와 이유를 갖고 근무하는지.

직원들의 소중한 답장이 한 통, 두 통 메일함을 채워 나갔고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곤 했다. 직원들의 정성이 담긴 메일이기에 나는 하루 20통을 넘기지 않고 집중하며 읽었다. 답장의 주인공들은 하는 일과 업무장소는 같지 않았지만 한결같이 나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이를 통해 나를 일으키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브랜드 설립 이후 내 마음속엔 늘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자. 세계인이 사랑하고 함께하는 브랜드를 만들자. 나의 목표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경기 양주시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 음식을 맛있게 먹을 고객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재료를 생산한다고 했다. 세계로 수출하는 신선한 원두 공급을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커피 로스팅을 멈추지 않는다는 직원도 있었다. 해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존재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를 향한 열정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함께 뛰고 있는 것이다.

수도동귀(殊途同歸). 하는 일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에 일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목적지는 같았다. 20대 중반, 처음 사업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혼자였다. 혼자인 만큼 더욱 지독하게 싸웠다. 하지만 이제 나를 비롯한 전 직원이 하나의 마음이라는 걸 아는 순간 매우 기뻤다.

필자는 대형선을 이끄는 선장처럼 글로벌이라는 태평양을 건너고 있다. 거친 파도도 두렵지 않은 것은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고, 이 항해는 늘 즐거울 것이다. 나의 목표에 하나 더하자면 지금 필자 곁에 있는 모두가 함께 그곳에 도착하는 것이다.

김선권 < 카페베네 대표 skkim@caffebe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