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마스터 모델하우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마스터 모델하우스.
분양시장 호조 속에 주택건설 업계가 새 아파트 공급을 쏟아내면서 새해 첫달인 1월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최근 3년 평균보다 2배를 웃돌았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1월 분양 예정 아파트는 1만494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5458가구)보다 2.7배나 증가했다. 최근 3년(2012~2014년) 평균 1월 분양 물량(6137가구)의 2.4배에 달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분양 시장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3법(法)’ 통과 호재를 계기로 청약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 분양 시장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서울 등 수도권 분양 물량이 많다는 점이다. 서울 마곡지구 힐스테이트 마스터를 비롯해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3차와 인천 송도국제도시 호반베르디움2차 등 1000가구를 웃도는 대단지들이 대거 쏟아졌다. 이달 분양되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는 6914가구로, 지난해 전체 1월 분양 가구(5458가구)를 웃돈다.

[Real Estate] 1월 신규분양 2배 껑충…키워드는 중소형·강남
정우종 호반건설 홍보팀장은 “수도권 청약 1순위 요건 완화 등을 앞두고 청약에 나서는 예비 청약자가 많아 연초 수도권 물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충남은 천안 신부동에서 동문굿모닝힐 2144가구가 공급된다. 경북에서는 경북도청 이전신도시 2차 우방아이유쉘 1086가구와 구미강변코오롱하늘채 822가구가 나온다. 대구(602가구)와 충북(520가구) 강원(445가구) 부산(364가구)에서도 분양이 잇따른다.

하지만 벌써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분양 물량은 민간 건설사 30만8337가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분양 10만가구를 더해 40만가구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공급 과잉→미분양 증가→집값 하락의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경우 미분양 증가에 따른 신규 분양시장 침체는 물론 기존 주택시장까지 동반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연초 청약 성적은 좋은 편이다.

대우건설의 올해 마수걸이 분양 물량인 경남 창원시 ‘창원 감계 푸르지오’는 지난 14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43 대 1, 최고 8.85 대 1의 청약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급증하는 분양 물량과 함께 올해 분양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과 영원한 블루칩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다. 최근 3년간 전용면적별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하락기인 2012년에 중소형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적게 하락했다. 2013~2014년에는 전용 60㎡ 이하 아파트가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1월 분양 수도권 아파트도 모두 85㎡ 이하로만 이뤄졌다.

또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도 잇따른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교통과 교육 등 주거 여건이 좋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반 분양가를 높일 수 있어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년 유예 등으로 추가 분담금 리스크가 사라진 것도 혜택으로 꼽힌다.

6월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9510가구)을 시작으로 하반기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3단지(1235가구)와 강동구 명일동 명일삼익(1900가구) 등 랜드마크 재건축 아파트가 일반 분양을 앞두고 있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서초동 우성 2차를 재건축하는 ‘서초 우성2차 래미안’(593가구)과 잠원동 한신5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e편한세상한신5차’(595가구)도 향후 시세차익이 기대된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계의 예상이다. 중구와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 서울 도심권에서는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아파트 6000여가구가 공급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