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것은 최종적으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번번이 폐기됐다.

주된 이유는 수도권보다 우위에 있는 비수도권 의석수의 국회 분포 구조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 개혁 이슈를 꺼내는 순간 국회는 ‘여-야’에서 ‘수도권-지방’ 대결 구도로 재편된다. 현 19대 국회에서 수도권 지역구 의석수는 112석(서울 48·인천 12·경기 52)으로 전체 의석(300석)의 37.3%에 불과하다. 비례대표(54석)를 제외한 지역구 의원만 놓고 따져도 비(非)수도권 지역구 의석수가 22석 더 많다. ‘수도권-지방’ 구도에선 여당이 과반을 점한 국회에서도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꺼낸 2008년 11월에도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이 적극 반대한 것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박희태 당 대표(경남)를 비롯해 허태열(부산)·송광호(충북) 최고위원 등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은 영양실조에 걸려 아사(餓死) 직전에 있고 지방의 국민들은 폭발 일보 직전”이라며 정부를 융단폭격했다.

여기에 여당 소속의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야당 반발에 합류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정우택 충북지사는 당시 정부 발표가 나오자 “대통령과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한 데 이어 이틀 뒤엔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정”이라며 정종환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에게 재검토를 건의해보겠다”고 물러서는 상황이 빚어졌다.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이 이렇게 극구 반대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표(票) 때문이다. 실제 당시 송 최고위원은 “이렇게 하면 보궐선거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