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른 여행株, '짠돌이' 여행객에 실적은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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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밋빛' 실적 전망이 쏟아진 여행주(株)에 대해 실제 성적표는 기대만큼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된다. 늘어난 여행객의 상당 수가 저가 여행지에 몰려있어 실적 개선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새해 들어 부쩍 높아진 실적 기대감이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주가는 전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 한달간 7% 넘게 올랐다. 지난 6일과 5일에는 각각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여행주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침체됐던 여행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지난해 여행업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여행 수요의 회복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여행업체들의 4분기 패키지 모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수그러들고 있는 가운데 엔화약세로 일본 여행 수요가 늘어난 점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여행객 증가 실적으로 이어질까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의 높은 기대감에 부응할 만한 성적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관찰된 업황 개선 신호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송객 수 증가는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평균판매단가(ASP)"라며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저가 노선 여행객 수가 많이 증가해 ASP가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폭이 크려면 유럽 등 ASP가 높은 장거리 노선의 비중이 늘어나야 하는데, 소비 경기가 부진한 탓에 비용이 저렴한 단거리 노선의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여행객 수가 늘어난 것에 비해 매출성장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12월 하나투어의 지역별 모객 수를 보면 일본이 전년 동월 대비 104.5% 급증한 반면 유럽은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도 일본행 모객수가 70% 늘었다.
이 같은 저가 여행 추세는 올해도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가 하락 수혜 기대감도 과도
최근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탠 유가 하락 수혜 기대감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행주는 유류할증료가 낮아지면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항공주와 함께 유가 하락 수혜주로 꼽혀왔다 .
양 연구원은 "여행 업종의 실적이 유가 하락만으로 급격하게 개선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패키지 수탁금의 절반 정도인 항공료는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4~5% 하락하는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여행업체들이 발표한 올해 실적 전망치도 공격적이란 평이 많다. 모두투어는 올해 실적 가이던스로 매출 2002억원과 영업이익 303억원, 순이익 239억원을 제시했다. 하나투어는 올해 수송객 인원 25% 증가와 시장점유율 2.9%포인트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가이던스는 둘 다 다소 공격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직판 여행사들과의 경쟁이 확산되고, 자유여행(FIT) 기조의 확산으로 패키지 상품이 아닌 항공권 판매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증시 전문가들은 새해 들어 부쩍 높아진 실적 기대감이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주가는 전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 한달간 7% 넘게 올랐다. 지난 6일과 5일에는 각각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여행주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침체됐던 여행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지난해 여행업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여행 수요의 회복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여행업체들의 4분기 패키지 모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수그러들고 있는 가운데 엔화약세로 일본 여행 수요가 늘어난 점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여행객 증가 실적으로 이어질까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의 높은 기대감에 부응할 만한 성적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관찰된 업황 개선 신호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송객 수 증가는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평균판매단가(ASP)"라며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저가 노선 여행객 수가 많이 증가해 ASP가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폭이 크려면 유럽 등 ASP가 높은 장거리 노선의 비중이 늘어나야 하는데, 소비 경기가 부진한 탓에 비용이 저렴한 단거리 노선의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여행객 수가 늘어난 것에 비해 매출성장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12월 하나투어의 지역별 모객 수를 보면 일본이 전년 동월 대비 104.5% 급증한 반면 유럽은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도 일본행 모객수가 70% 늘었다.
이 같은 저가 여행 추세는 올해도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가 하락 수혜 기대감도 과도
최근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탠 유가 하락 수혜 기대감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행주는 유류할증료가 낮아지면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항공주와 함께 유가 하락 수혜주로 꼽혀왔다 .
양 연구원은 "여행 업종의 실적이 유가 하락만으로 급격하게 개선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패키지 수탁금의 절반 정도인 항공료는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4~5% 하락하는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여행업체들이 발표한 올해 실적 전망치도 공격적이란 평이 많다. 모두투어는 올해 실적 가이던스로 매출 2002억원과 영업이익 303억원, 순이익 239억원을 제시했다. 하나투어는 올해 수송객 인원 25% 증가와 시장점유율 2.9%포인트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선애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가이던스는 둘 다 다소 공격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직판 여행사들과의 경쟁이 확산되고, 자유여행(FIT) 기조의 확산으로 패키지 상품이 아닌 항공권 판매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