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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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레터가 코스닥 상장 7개월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가 도화선이 됐다. 2023회계연도 외부감사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여파가 커진 것이다.

회계감리에서 지적사항이 나온 탓에 한국거래소와 상장주관사인 대신증권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도 한다. 사전에 회계처리의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거래소와 상장주관사는 회계처리의 오류를 걸러내는 건 자신들의 역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은 금감원이 정해준 지정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는다.

“속일 이유 없었는데”…금감원 감리에서 비롯된 ‘감사의견 거절’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안업체 시큐레터는 지난 4월5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돼 있다. 작년 8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지 7개월만이다. 작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에서 상장폐지 사유 중 하나인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시큐레터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폐지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해 내년 4월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개선기간 안에 재무제표를 수정하고 재감사를 받아 '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이 유지돼 매매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

감사의견 거절의 배경은 금감원의 회계감리다. 회계감리에서 지적 사항이 나오면서 감사를 받아야 하는 2023회계연도의 기초자료의 신뢰성이 훼손됐다. 시큐레터의 2023회계연도 재무제표 감사를 맡은 태성회계법인은 기초 회계의 불안정성 때문에 감사범위가 제한된다는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로 냈다.
'7개월만에 상폐 위기' 시큐레터…뭐가 문제였나
시큐레터는 수익 인식 시점에 대한 회계처리 오류를 감리에서 제기된 지적사항으로 파악하고 있다. 파트너사에 물건을 보내고, 최종 구매자에게 도달하기 전 수익을 인식하는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최근 3년치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수를 인정했다.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감원이 지정해준 회계법인이 시큐레터 상장 과정에서 오류가 포함된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하다는 감사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감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면 해당 회계법인을 제재할 규정이 마련돼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회계감리는 기업이 회계법인을 의도적으로 속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한다"고 말했다.

상장이 목적이었다면 시큐레터가 과거 매출을 부풀려야 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술성평가를 통과했기에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시가총액 90억원 이상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사실상 매출이 없더라도 상장에 문제가 없었다고 거래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거래소·주관사 “감사로 검증됐다는 회계정보의 이용자일뿐”

투자자들 사이에선 거래소와 대신증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회계 오류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와 대신증권은 재무제표의 오류를 찾아내는 건 자신들의 역할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의 역할은 외부감사인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한 밸류에이션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거래소는 기업이 생산하고 외부감사인이 검증해준 회계정보(재무제표)를 이용하는 입장”이라며 “감사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은 재무제표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서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킨 파두 역시 기술특례 상장사라는 점 때문에 거래소와 대신증권이 비난의 화살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파두는 작년 11월 상장하는 과정에서 증권신고서에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를 약 12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올해 2분기와 3분기 매출액 합산치가 4억원 수준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큐레터에 대한 금감원의 감리를 파두 사태의 여파로 보기도 한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 차원이다. 하지만 감리가 이뤄진 시점이 2023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와 맞물려 사소한 실수가 거래정지로 이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큐레터가 범한 회계 상 오류가 수익 인식 시점뿐이었다면, 이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몰린 시큐레터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갑자기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 기간과 회계감리가 맞물린 모든 기업이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 건 아니다"며 "감사의견 거절이 나왔다는 건 감리 관련 사항에 대해 기업이 회계법인에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태성회계법인은 관련 사항에 대해 내부감시기구의 최종 조사결과 및 외부 전문가의 최종 조사보고서를 요구했지만, 감사보고일까지 수령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큐레터 측은 외부 전문가를 선임해 조사했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