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안에서 마지막으로 민간 건설회사에 매각할 예정이던 9단지 땅을 팔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 부지는 마곡지구 내 15개 단지 중 건립 예정 주택 수가 1547가구인 최대 아파트 용지다. 땅 매각 대금 3000여억원을 채무 감축에 쓰려던 SH공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마곡지구 9단지를 민간에 매각하려던 계획을 지난해 말 철회했다. 대신 자체적으로 시행해 ‘임대+분양’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마곡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택지지구다. 개발 시행사인 SH공사는 총 15개 단지 중 일찌감치 민간(현대엔지니어링)에 매각한 13단지를 제외한 14개 블록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 계획을 수정해 가장 큰 9단지를 민간에 팔려고 했으나 1년여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강서구청의 반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마곡지구에 정통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마곡지구엔 단지별로 일정 물량의 임대주택을 포함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9단지를 민간에 팔면 이 단지엔 일반 분양주택만으로 채워지면서 나머지 일부 단지가 임대주택만으로 조성돼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강서 구민들의 반대가 커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약 3000억원의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줄이려던 공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SH공사의 작년 말 현재 채무는 약 6조7000억원이다.

마곡지구는 15개 단지 총 1만2015가구로 구성된다. 1차 공급물량 6790가구는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이래 막바지 단계에 있다. 올해 2차 때는 약 300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SH공사가 1791가구(임대 1271가구 포함)를, 현대엔지니어링이 민간 최초로 ‘힐스테이트 마스터’ 1194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두 차례 분양이 끝나면 10-2단지와 9단지만 남는다. 10-2단지는 군 부대 이전이 해결돼야 해 2018년 하반기 토지조성사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9단지는 자체 시행으로 방향을 바꾼 뒤 설계가 진행 중이다. 2016년 착공될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는 입주물량 영향을 받는데 지난해 입주가 시작되면서 상대적으로 강서구 전셋값이 다른 곳보다 덜 오르는 등 전세난 완화에 기여했다”며 “올해는 마곡의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