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금융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내년 상반기에는 환율과 물가상승률 등이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 고위 인사가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최대 상업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알렉산드르 토르바호프 부은행장은 이날 현지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루블화 환율이 내려가고 물가 상승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며 "내년 초나 중반에는 모든 수치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달 중순 루블화 환율 붕괴 사태 때 달러 당 120루블을 주고 외화를 샀던 일부 주민이 이후 환율 하락으로 큰 손해를 봤다면서 공황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올 초 달러당 32루블, 유로당 45루블 수준이던 루블화 환율은 이달 16일 한때 각각 80루블과 100루블을 넘어서는 등 붕괴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금융당국이 긴급히 외화 유동성 확대 조치를 취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달러당 50루블대, 유로당 60루블대에서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토르바호프는 내년도 물가상승률이 15%에 달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그 이하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물가가 상승하면 그에 따라 구매도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혼란 사태 이후 은행의 예금 금리가 연 20% 이상 수준으로 뛰었다고 환기하며 이런 금리 상승이 현금을 베개 밑에 숨겨 두는 대신 은행에 맡기도록 이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배 가까이 높은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르바호프는 정부가 예금 보증 지급액을 140만 루블(약 2850만 원)로 2배 올린 조치는 한편으론 예금주들의 불안 심리를 달래 대규모 인출 사태를 막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정적 영향도 미친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부 보증 예금 지급액을 기존 70만 루블에서 140만 루블로 인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예금주들은 거래 은행이 파산할 경우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법률이 정한 금액을 보상받게 된다.

새해 연휴 휴장을 앞둔 연말 마지막 주인 29일 외환 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59루블, 유로당 71.99루블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 종가보다 크게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이날 오후 현재 달러당 56루블, 유로당 68루블 선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