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화인텍 안성공장에서 직원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용 보랭재를 제작하고 있다. 동성화인텍 제공
동성화인텍 안성공장에서 직원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용 보랭재를 제작하고 있다. 동성화인텍 제공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용 보랭재 전문업체인 동성화인텍(옛 화인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상품) 계약 잘못 등으로 당기순손실이 552억원에 달했다. 존폐 기로에 섰던 회사는 결국 2009년 동성그룹에 인수됐다.

동성화인텍, 초저온 보랭재 신기술로 키코충격 딛고 부활
동성그룹은 떠나가던 연구 인력을 붙잡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며 새로운 도약을 꾀했다. 이렇게 축적한 기술력은 성능을 개선한 보랭재 출시와 함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백정호 동성그룹 회장(사진)은 “동성화인텍의 부활 덕에 올해 그룹 전체 매출이 1조원을 넘었고 2020년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수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동성화인텍의 시작은 1985년 화공약품 도매업체로 출발한 삼정화인주식회사다. 이후 1990년 공장을 세워 폴리우레탄 원액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보랭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LNG 저장소 및 배관용에 이어 1996년엔 국내 최초, 세계에서 세 번째로 LNG 운반선용 초저온 보랭재 개발에 성공했다.

동성화인텍, 초저온 보랭재 신기술로 키코충격 딛고 부활
1997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1999년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35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벤처’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의 LNG 운반선 수주가 한창이던 2007~2008년에는 연매출 3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이 회사에 시련이 닥친 것은 가장 잘나간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LNG 물동량이 줄었고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도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헤지를 위해 가입한 키코 상품이 발목을 잡았다. 2006년부터 씨티은행 등과 9개의 키코 계약을 체결했는데, 2008년 환율 상승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2008년과 2009년 두 해 연속 대규모 순손실을 냈다.

결국 김홍근 당시 화인텍 대표 및 최대주주는 2009년 동종 업계의 동성그룹에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동성그룹과 뜻이 맞아 그해 11월 480억원에 인수가 결정됐다. 동성그룹은 회사를 인수한 후 2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계열사 지급보증을 통해 500억원을 산업은행에서 조달,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했다.

백 회장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고 공장을 쉴 때도 임금의 70%를 지급해 기술력 있는 직원들이 떠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10년에는 삼성중공업과 441억원 규모의 초저온 보랭재 공급계약을 맺는 등 수주도 재개됐다.

동성화인텍의 제2 도약엔 연구기능 강화가 큰 역할을 했다. 2008년 13명 수준이던 연구소 인력이 2009년 7명까지 줄어들며 위기를 맞았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 최우선적인 연구 인력 확보에 힘을 쏟은 덕에 2012년 13명, 올해 27명으로 늘어났다. 강화된 연구조직은 2013년 보랭재 품질을 나타내는 기화율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는 획기적인 신제품을 개발해냈다. 기존 제품을 사용할 때 하루에 LNG 탱크에서 가스가 빠져나가는 기화율이 0.15%였지만 동성화인텍의 신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인 0.08%로 줄였다. 신제품 출시 이후 동성화인텍의 매출은 2013년 4094억원, 올 3분기까지 3041억원 등으로 회복됐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