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 도서정가제 연착륙의 조건
“이제는 서비스와 콘텐츠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특성화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테니까요.”

23일 온라인 서점 마케팅 담당자들은 연말 관심사가 ‘서비스 차별화’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1일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던 ‘광폭 할인’을 더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 도서정가제는 모든 도서에 대한 최대 할인폭을 종전 19%에서 15%로 내리고 출간 후 18개월이 지난 구간(舊刊)도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온라인 서점에는 달갑지 않은 조치다. 할인폭이 낮아진 탓에 온라인 서점들의 최근 한 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매출이 줄어들자 결제 편의성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다음카카오와 제휴해 ‘카카오 페이’로 책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 9월에는 ‘액티브X 없는 간편결제’ 시스템도 도입했다.

예스24는 책을 살 때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50자 이상 작성해야 하는 한줄평을 쓰면 최대 100원, 150자 이상의 서평을 쓰면 최대 600원까지 지급한다. 인터파크도서는 독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썼다. 책을 포장하는 상자에 아름다운 문구를 넣고 유명 소설 표지를 박스 디자인에 활용했다.

무차별적 가격 할인 경쟁 대신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새 도서정가제는 조금씩 ‘연착륙’하고 있다. 매출 감소를 감내하고 있는 온라인 서점의 협조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행 후 신간 가격이 내려 이를 반기는 독자도 늘었다.

하지만 새 도서정가제의 허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통신사와 신용카드 제휴 할인을 이용하면 15% 넘게 할인된 책을 살 수 있는데 이는 도서정가제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제휴 할인이 과도하게 이뤄질 경우 출판 생태계가 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수년간 양보와 타협을 통해 만든 제도가 후퇴하지 않도록 정부와 출판·유통계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상익 문화스포츠부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