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냅소프트 직원들이 휴게실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습하고 있다. 이 회사는 문서 필터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90%에 달하는 강소기업이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사이냅소프트 직원들이 휴게실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습하고 있다. 이 회사는 문서 필터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90%에 달하는 강소기업이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사이냅소프트는 작년 말과 올초 사이에 직원이 12명 늘었다. 최근엔 수시채용으로 두 명이 또 들어왔다. 수백 명씩 뽑는 대기업과 비교하면 초라한 채용 규모지만 현재 직원이 50명가량에 불과한 중소기업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사이냅소프트의 개발자이면서 인사·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권병철 대리는 “높은 복지수준과 함께 ‘네이버 오피스’를 개발한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지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입사 경쟁률은 7 대 1, 평균 근속 기간은 4년 내외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해법으로 강소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강소기업이란 대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건실한 기업을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불 고용유지율 신용등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9688개의 강소기업을 선정해 놓고 있다.

4주 휴가 보내는 사이냅소프트

2000년 설립된 사이냅소프트는 문서 변환기 분야에서 강소기업이다. 네이버 메일이나 다음 한메일에 첨부된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 파일이나 엑셀 파일 등을 다운로드 받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미리 볼 수 있는 기능이 바로 사이냅소프트의 문서 변환기술이다. 2012년엔 이 기술을 더 발전시켜 문서를 미리 보는 것뿐만 아니라 편집도 웹에서 바로 할 수 있는 네이버 오피스를 개발했다.

이런 기술력과 더불어 파격적인 복지 혜택과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가 사이냅소프트로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11월 입사한 김슬 씨는 “신기한 경험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며 “휴게실에선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누구는 건담을 조립하고, 최근에는 회사 안에서 과메기 파티가 열려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달 초 채용된 허성연 씨는 첫날 책상 앞에 놓여 있던 코팅된 책받침을 보여줬다. 거기엔 기존 직원들이 첫 출근을 축하한다며 한마디씩 남겨 놓은 글들이 적혀 있었다.

회사 밖에도 널리 알려진 사이냅소프트의 복지제도는 ‘4주 유급휴가’다. 근속 연수가 만 4·7·10년 되는 시점에 월급을 100% 받아가며 휴가를 즐길 수 있다. 4주 연속으로만 쓰게 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읽고 싶은 책은 금액이나 권수에 제한 없이 사서 읽을 수 있는 ‘도서구매 지원’, 팀별로 회식이나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게 팀원당 매월 5만원씩 주는 ‘팀비 지원’ 등이 있다.

윕스, 작년 153명 고용 창출

사이냅소프트만이 아니다. 강소기업 중에는 대기업 못지 않은 복지 제도를 자랑하는 곳이 많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파수닷컴은 콘텐츠 불법복제를 막는 디지털권한관리(DRM) 기술 분야에서 국내 1위 업체다. 이 회사에는 운동, 사진촬영, 그림 그리기, 음악, 꽃꽂이 등 13개 동아리가 있다. 3년마다 5일의 ‘리프레시 휴가’가 추가로 주어지고, 입사할 때 30만원으로 시작해 1년마다 5만원씩 늘어나는 복지후생 지원금도 지급한다. 제철 과일을 항상 풍성하게 제공하는 것도 이 회사만의 특징이다.

지식재산권(IP) 정보를 조사·분석하는 업체 윕스에선 특허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출산·육아수당 지급, 자녀사랑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같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덕분에 총 410명의 직원 중 여성 비율이 40%에 이른다. 직원의 97%가 정규직이다. 지난해에는 153명을 대규모로 신규 채용하면서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방문해 고용률 달성 우수 사례로 꼽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