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유출 파문이후 제기된 개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세월호참사 수습을 마무리하고 사의를 거듭 표명해왔던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의 뜻을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수용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장관의 사퇴를 공개하고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을 향해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해를 넘기지 않고 물러나고 후임 인선이 불가피해져 자연스럽게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 등 인적개편으로까지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커졌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세월호 참사와 문건파문 등으로 잃어버린 국정동력을 회복해 경제살리기 등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개편론자들의 논리다.

△ 집권3년차 대비 개각 가시권

박 대통령은 물러나는 이 장관을 향해 "세월호 사고로 해양수산부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136일 동안 진도 현장을 지키면서 온몸을 바쳐 사고 수습에 헌신하는 모습에 유가족과 국민이 큰 감동을 받았다" 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들에게는 '진인사 대천명'의 자세를 강조함으로써 개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단순히 후임 해수부장관의 임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장관의 사퇴를 시발로 정홍원 국무총리와 다른 장관들의 교체, 즉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을 위한 인적쇄신을 싫어하지만 집권 3년차를 맞아 공무원연금개혁 및 노동개혁 등 개혁과제를 완수하고 경제살리기에 성공하기 위해선 전기가 필요하다는 쇄신론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수사를 통해 정윤회 문건의 실체는 없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났지만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진데서 보듯 민심이탈이 가시화하고 있어 국정추진력이 힘을 잃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각이 단행된다면 시점은 내년초, 범위는 총리 교체를 포함한 중폭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집권 3년차를 즈음한 대대적인 국정분위기 일신과 인적쇄신이 개각이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는데도 후임 총리 후보의 잇단 낙마로 유임된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인데다 내각의 수장인 총리교체가 없이 인적쇄신을 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권의 중진 정치인과 친박계 원로급 인사, 박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한 중도 또는 개혁성향 인사의 파격적인 기용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6월 개각 당시 유임됐던 장관들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관가에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해온 윤병세 외교, 류길재 통일, 황교안 법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 윤상직 산업통상자원, 윤성규 환경,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가운데 경제부처와 통일·외교 분야에서 일부 장관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무성하다.

△ 청와대 인적쇄신도 이뤄질까

청와대 문건 유출의 책임론이 불거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인적쇄신 요구를 피해갈지 여부도 주목된다. 김 실장 거취에 따라 일부 수석비서관의 교체도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문건 유출 파문에 깊게 휘말렸던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야권의 낙마공세를 받는 '비서 3인방'이 자리를 지킬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할 경우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는 없을 수 있고,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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