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부동산 직거래'] 6억원 집 직거래, 540만원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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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서 '직방'까지…부동산 직거래의 진화
과거 생활정보지서 시작
2000년대 인터넷 업체·카페·앱으로 확산…하루 평균 수천건 매물 올라와
"중개수수료 아까워요"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카페
회원 200만명…매물 직접 올려
오프라인 중개업소와 연계도
과거 생활정보지서 시작
2000년대 인터넷 업체·카페·앱으로 확산…하루 평균 수천건 매물 올라와
"중개수수료 아까워요"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카페
회원 200만명…매물 직접 올려
오프라인 중개업소와 연계도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뒤 서울 대학에 진학한 이정열 씨(27)는 지난 6월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로 서울 연희동 월세방을 계약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원하는 지역과 가격대의 매물을 찾았다. 한 직장인 세입자가 결혼하면서 급하게 내놓은 방이었다.
이씨는 “내년 초에 유럽으로 유학갈 계획이라 1년 정도 살 예정인데 중개 수수료를 내는 게 아까웠다”며 “서울에 올라와 여러 번 월세 계약을 맺어봐서 절차상 어려운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2년 계약이 끝나기 전에 방을 빼야 할 때가 오면 직거래 카페에 글을 올려 계약 잔여 기간을 살 다음 세입자를 찾을 예정이다.
벼룩시장에서 ‘직방’ 앱까지
가장 오래된 부동산 직거래 게시판은 전봇대였다. 집주인이 ‘세입자 구함’ ‘매매합니다’ 등의 전단지를 붙이는 식이었다. 이어 생활정보지가 등장했다. 1992년 생겨난 ‘벼룩시장’ 지면의 큰 두 축은 구인구직과 부동산 거래 광고였다. 집주인이나 땅 주인은 중개업소뿐 아니라 생활정보지에도 직접 매물을 올렸다.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직거래 주요 무대는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2000년대 등장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먼저 직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은 200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부동산114다. 아파트나 원룸보다는 소형 빌딩·상가·토지 등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 매물이 많이 올라온다. 김미섭 부동산114 이사는 “하루 150건 정도가 직거래 매물로 등록한다”며 “아파트는 중개업소에 내놔도 되지만 땅 같은 투자용 매물은 전국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14 직거래를 통해 홍보하는 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개인이 모여 인터넷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는 가장 유명한 직거래 카페다. 현재 202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곳은 2002년 ‘원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카페로 시작했다. 이후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는 사람들이 서로 방을 내놓고 거래하면서 직거래 카페로 발전했다. ‘카페 주인장’인 강인걸 대표는 “하루 평균 3000여건의 매물이 올라온다”며 “처음에는 월세 위주였지만, 수요가 늘면서 전세 매매 셰어하우스 룸메이트 게시판 등까지 운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널리 퍼지며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도 나왔다. ‘직방’ ‘꿀방’ ‘두껍아 두껍아’ 등이다. 앱은 주로 원룸과 오피스텔 전·월셋집을 취급한다. 현재 앱 다운로드 건수는 400만건(안드로이드 마켓 기준)이다.
6억원 집 직거래, 수수료 최대 540만원 절감
직거래의 최대 장점은 중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 법무팀에서 일하는 김보경 씨(34)는 지난달 서울 중계동에서 전세로 살던 집을 집주인이 내놓자 자신이 사기로 결정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직접 계약서를 쓰고 선금, 중도금, 잔금을 치렀다. 매매가는 6억원이다. 현재 6억원 주택의 중개 수수료 최고 요율은 0.9%다. 최대 중개료 540만원을 아낀 셈이다. 김씨는 “계약과 등기 절차를 잘 알고 있어 문제는 없었다”며 “400만~500만원의 중개 수수료를 아껴 새 가구를 샀다”고 자랑했다.
중개업소는 여러 매물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반면 직거래는 한 회원이 한 집만 소개하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강 대표는 “허위 매물이 많은 부동산 사이트와 달리 직거래 카페는 매물이 나가면 바로 게시글을 내린다”며 “실매물이 많은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직거래 매물 사냥 나선 중개업소들
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중개업소도 뛰어들었다. 직장인 박혜리 씨(27)는 지난해 한 직거래 앱에 자신이 사는 서울 상암동 오피스텔을 내놨다. 오피스텔 내부 사진을 찍고 설명을 써서 올린 뒤 세입자의 전화를 기다렸지만, 연락온 곳은 모두 중개업소였다. 박씨는 “매물을 올리고 이틀간 10여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전부 부동산이었다”며 “앱에 올린 매물을 자기네 중개업소에 등록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자 상당수 직거래 사이트와 카페·앱 등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중개업소와 연계하기 시작했다. 부동산114는 매물을 등록할 때 직거래 홍보만 할지, 부동산114 회원 중개업소에도 함께 등록할지 선택하게 한다. 김 이사는 “50% 정도가 동시 홍보를 택한다”고 말했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는 직거래 게시판과 중개업소 추천매물 게시판을 따로 운영한다. 2009년부터는 전국적으로 72곳의 부동산과 연계해 우수 중개업소를 추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중개업자들을 다 배제했다”면서 “직거래할 때 부동산에 대서해 달라고 하면 꺼리기 때문에 이제는 중개업소를 섭외해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앱도 마찬가지다. 직방 홍보팀 관계자는 “지금은 제휴 중개업소 매물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이씨는 “내년 초에 유럽으로 유학갈 계획이라 1년 정도 살 예정인데 중개 수수료를 내는 게 아까웠다”며 “서울에 올라와 여러 번 월세 계약을 맺어봐서 절차상 어려운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2년 계약이 끝나기 전에 방을 빼야 할 때가 오면 직거래 카페에 글을 올려 계약 잔여 기간을 살 다음 세입자를 찾을 예정이다.
벼룩시장에서 ‘직방’ 앱까지
가장 오래된 부동산 직거래 게시판은 전봇대였다. 집주인이 ‘세입자 구함’ ‘매매합니다’ 등의 전단지를 붙이는 식이었다. 이어 생활정보지가 등장했다. 1992년 생겨난 ‘벼룩시장’ 지면의 큰 두 축은 구인구직과 부동산 거래 광고였다. 집주인이나 땅 주인은 중개업소뿐 아니라 생활정보지에도 직접 매물을 올렸다.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직거래 주요 무대는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2000년대 등장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먼저 직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은 200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부동산114다. 아파트나 원룸보다는 소형 빌딩·상가·토지 등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 매물이 많이 올라온다. 김미섭 부동산114 이사는 “하루 150건 정도가 직거래 매물로 등록한다”며 “아파트는 중개업소에 내놔도 되지만 땅 같은 투자용 매물은 전국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114 직거래를 통해 홍보하는 주인이 많다”고 전했다. 개인이 모여 인터넷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는 가장 유명한 직거래 카페다. 현재 202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곳은 2002년 ‘원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카페로 시작했다. 이후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는 사람들이 서로 방을 내놓고 거래하면서 직거래 카페로 발전했다. ‘카페 주인장’인 강인걸 대표는 “하루 평균 3000여건의 매물이 올라온다”며 “처음에는 월세 위주였지만, 수요가 늘면서 전세 매매 셰어하우스 룸메이트 게시판 등까지 운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널리 퍼지며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도 나왔다. ‘직방’ ‘꿀방’ ‘두껍아 두껍아’ 등이다. 앱은 주로 원룸과 오피스텔 전·월셋집을 취급한다. 현재 앱 다운로드 건수는 400만건(안드로이드 마켓 기준)이다.
6억원 집 직거래, 수수료 최대 540만원 절감
직거래의 최대 장점은 중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 법무팀에서 일하는 김보경 씨(34)는 지난달 서울 중계동에서 전세로 살던 집을 집주인이 내놓자 자신이 사기로 결정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직접 계약서를 쓰고 선금, 중도금, 잔금을 치렀다. 매매가는 6억원이다. 현재 6억원 주택의 중개 수수료 최고 요율은 0.9%다. 최대 중개료 540만원을 아낀 셈이다. 김씨는 “계약과 등기 절차를 잘 알고 있어 문제는 없었다”며 “400만~500만원의 중개 수수료를 아껴 새 가구를 샀다”고 자랑했다.
중개업소는 여러 매물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반면 직거래는 한 회원이 한 집만 소개하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강 대표는 “허위 매물이 많은 부동산 사이트와 달리 직거래 카페는 매물이 나가면 바로 게시글을 내린다”며 “실매물이 많은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직거래 매물 사냥 나선 중개업소들
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중개업소도 뛰어들었다. 직장인 박혜리 씨(27)는 지난해 한 직거래 앱에 자신이 사는 서울 상암동 오피스텔을 내놨다. 오피스텔 내부 사진을 찍고 설명을 써서 올린 뒤 세입자의 전화를 기다렸지만, 연락온 곳은 모두 중개업소였다. 박씨는 “매물을 올리고 이틀간 10여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전부 부동산이었다”며 “앱에 올린 매물을 자기네 중개업소에 등록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자 상당수 직거래 사이트와 카페·앱 등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중개업소와 연계하기 시작했다. 부동산114는 매물을 등록할 때 직거래 홍보만 할지, 부동산114 회원 중개업소에도 함께 등록할지 선택하게 한다. 김 이사는 “50% 정도가 동시 홍보를 택한다”고 말했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는 직거래 게시판과 중개업소 추천매물 게시판을 따로 운영한다. 2009년부터는 전국적으로 72곳의 부동산과 연계해 우수 중개업소를 추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중개업자들을 다 배제했다”면서 “직거래할 때 부동산에 대서해 달라고 하면 꺼리기 때문에 이제는 중개업소를 섭외해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앱도 마찬가지다. 직방 홍보팀 관계자는 “지금은 제휴 중개업소 매물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