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싱글稅
어제 그제 싱글세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서 머잖아 싱글세라도 걷어야 할 판이라는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한 신문이 보도하자 온라인이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돈 없어서 결혼 못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을 내라고?” “이러다 노인세, 어린이세, 남자세, 여자세, 100세세, 숨 쉴 때 호흡세까지?” 뒤늦게 복지부가 아니라며 진화했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싱글세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5년 한 연구소가 저출산 극복방안 보고서에서 로마의 독신세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난리가 났었다. 실제로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독신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면서 여성에겐 셋째를 낳을 때까지 납세 의무를 지웠다. 20세기에도 있었다. 이탈리아 무솔리니와 독일 히틀러가 독신세를 신설했고,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피임금지법과 함께 아이 없는 여성의 임금에서 10%를 세금으로 뗐다. 옛 소련도 무자녀 근로자의 봉급 6%를 떼는 미출산세를 50년간이나 시행했다.

한때 오줌세와 수염세, 벽난로세, 창문세까지 있었다지만 그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이름조차 국적불명인 싱글세라니! 가뜩이나 뿔난 싱글들의 혈압이 치솟을 만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장 내년 복지비용만도 전체 예산의 30%인 115조원이다. 정치권이 온갖 무상복지 시리즈로 유권자를 홀린 결과이지만, 공짜 좋다며 눈 감고 표 찍어준 유권자들로서도 할 말이 궁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정책입안자들의 근시안적 사고다.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의 근본은 가정을 꾸리고 있는 기성 가족의 저출산이 더 심각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직장여성보다 가정주부에게 출산장려책을 집중하는 게 맞다. 아기를 낳고 싶어 수백만원짜리 시험관시술을 몇 번씩 거듭하는 난임·불임 부부들이 이런 황당한 저출산 대책을 들으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그런 부부가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잡힌 것만 20만쌍, 40만명이나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해프닝이 반복될수록 조세저항만 거세진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그러면 계약부부가 늘어나고 의무임신제나 섹스촉진제 등 기상천외한 정책이 또 나올 것” “나이 먹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싱글누진세도?” “청혼할 때 멘트는 ‘오빠, 나랑 탈세하자’” 등 정책당국을 조롱하는 소리가 난무했다. 국민이 정부를 갖고 노는 마당이다. 다른 것도 아닌 돈 문제는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