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들어가서 미친듯이 일하라.”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UC샌타바버라 교수(60·사진)는 21일 경기 안산 서울반도체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나 일본 모두 우수한 학생들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중소기업에 훨씬 많은 기회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0년부터 서울반도체 기술고문을 맡고 있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로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교수는 “대학 졸업 후 나 자신도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일본 도쿠시마 지역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당시 매출 300억원에 불과한 니치아화학공업에 들어갔다”며 “하지만 당시 결정이 노벨상 수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 도쿠시마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79년 니치아화학공업에 입사해 1993년 청색 LED를 개발했다.

그는 “청색 LED 소재를 기존 셀렌화아연(ZnSe)에서 질화갈륨(GaN)으로 바꾸는 작업을 니치아화학공업에서 했을 때 미친짓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대기업에서 했다면 아예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창업주가 연구개발(R&D)에 드는 비용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니치아화학공업과 청색 LED 개발에 따른 보상 문제로 다툰 것은 아쉬웠지만 그나마도 중소기업이어서 개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발명의 성과를 회사가 독점해서는 안된다’며 니치아화학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8억4000만엔(약 84억원)을 받아낸 바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한국은 대기업 덩치가 너무 커져서 연구자의 자유도가 떨어지고 시스템으로 굴러가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며 “뛰어난 연구자라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편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기업에서는 뛰어난 R&D 업적을 남기더라도 보상을 많이 받는 게 어려워 샐러리맨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에 합류하면 스톡옵션 등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반도체 계열사인)서울바이오시스의 경우 지분 20%를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나중에 상장하면 이들에게 큰 보상이 주어진다”며 “이런 성공 경험을 반복해서 나오게 해야 좋은 연구자들이 중소기업에 합류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카무라 교수는 “미국에서는 많은 인재들이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에 들어가 크게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며 “나도 스타트업 기업을 얼마전 창업했는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바이오시스가 최근 개발한 자외선(UV) LED는 탄저균을 탐지하고 제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인데, 이런 미래의 혁신기술을 다른 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한 산업계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무섭게 따라오는 중국과 경쟁하려면 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10여년 전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을 봤을 때 LED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 분기에 한 번씩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며 “미친듯이 한 분야를 파고드는 열정에 감동했는데, 이 사장과 같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산=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