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 떨어진 '9·1부동산 대책'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 매매가는 이달 들어 3000만원 하락했다. 지난달 중순 11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6일 11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대우건설이 경기 화성시에서 분양한 센트럴푸르지오 아파트는 지난 15일 1·2순위 청약에서 전 평형 미달하는 등 분양시장도 지역별로 경쟁률이 차별화되고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 등을 담은 ‘9·1 부동산대책’에 힘입어 급등했던 부동산시장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는 지난달보다 2000만원 하락한 9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개포동 주공1단지 50㎡는 추석 전 8억5500만원을 호가했지만 8억25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의 수혜 지역으로 꼽힌 서울 목동과 노원구 등의 아파트에선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아 호가 공백이 3000만원까지 벌어졌다. 목동9단지 전용 71㎡의 호가는 9·1 대책 이후 5000만원 정도 올라 6억5000만원 전후지만 매수세가 없다.

목동 반도공인 김상욱 대표는 “2000만원 정도 상승한 가격에서 한두 건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에선 매수세가 붙지 않아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에선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광명시 KTX 역세권에서 15일 청약을 받은 ‘광명역푸르지오’는 최고 85 대 1의 경쟁률로 전 평형 1순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스타클래스(민영) 99㎡는 75가구 모집에 3순위까지 14명만 청약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웃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 신도시엔 청약자가 몰리지만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 단지는 3순위에서도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수도권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0.2% 올라 상승률이 전주(0.18%)보다 높아졌다. 서울 강북지역 전셋값 상승폭도 0.15%로 지난주(0.13%)보다 커졌다.

임현묵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단기간에 호가가 수천만원 상승한 데 대한 부담감이 있는 데다 경기 둔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매매시장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금리 인하로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물량이 많아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근/김진수/김병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