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품권 1조원] 카드로 산 상품권 팔아 '검은돈' 악용도
상품권은 유용한 선물이자 편리한 결제 수단이지만 불법과 탈법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

상품권은 비자금 조성 수단이 될 수 있다.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다음 유통시장에 팔아 현금을 확보한 뒤 이를 비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상품권 구입 대금을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처리하면 자금 추적이 어려워진다.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5~2009년 법인카드로 145차례에 걸쳐 20억원어치의 백화점상품권을 구입한 뒤 ‘깡 시장’에 팔고, 이렇게 마련한 돈을 빼돌린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상품권을 이용해 ‘카드 깡’을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해 유통시장에 팔아 현금을 챙긴 뒤 카드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위험 때문에 주요 백화점은 개인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람에게는 상품권을 팔지 않고 현금이나 법인카드로 결제할 경우에만 상품권을 판매한다.

상품권 발행 규모가 늘면서 일부에서는 상품권을 통화량에 포함해 중앙은행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품권에 화폐의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화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상품권은 지정된 사용처에서는 현금과 같은 기능을 하지만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다.

또 상품권은 화폐가 갖는 신용창출 기능이 없다. 은행에 돈을 예금할 경우 은행은 이 중 일부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돈을 제3자에게 대출한다. 기존 예금자의 재산이 보존되는 상태에서 새로운 돈이 생겨나는 것이다. 반면 상품권 발행자는 상품권 판매대금을 근거로 대출을 하지 않는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상품권을 사고팔 때는 돈이 상품권 구매자에서 판매자로 옮겨가기만 할 뿐 새로운 돈이 생겨나지는 않는다”며 “상품권을 통화량에 포함하면 중복해서 계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