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2차 토론] "콘텐츠 유통 길어야 1년인데…정부, 제작지원 기술료 5년간 징수"
3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함께 푸는 규제빗장! 달려라, 한국 경제’란 주제로 개최된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 점검회의’ 제1세션은 지난 3월 제1차 회의 후속조치를 점검하고 현장 목소리를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이 현장 건의에 답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시로 토론에 끼어들어 답변이 부족한 장관을 다그치기도 했다. 다음은 토론내용 요약.

▶오세희 한국메이크업협회 회장=미용 분야는 헤어미용, 메이크업, 피부관리, 네일아트로 구분되며 각자 업무영역이 다르다. 지금 국가자격증 제도가 운영되는데, 메이크업 일만 하고 싶은 경우에도 이와 무관한 헤어미용 기술을 습득하고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이로 인해 메이크업 종사자들은 불필요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미용업에서 2008년 피부미용을 분리했고, 2014년 네일아트도 떼냈다. 시장 파악과 이해관계자 토의를 거쳐 메이크업도 업종 분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

▶진병호 전통시장상인협회장=전통시장에서 생닭을 판매하는 영세 상인들이 지난 6월부터 닭 한 마리를 팔 때마다 개별 비닐포장을 해야 한다. 전통시장이라고 해도 냉장시설을 갖춰 위생에 문제없다. 개별 포장을 하면 마리당 가격이 500~700원 높아지고, 썩지 않는 비닐포장지를 사용해 환경문제도 크다.

▶박태신 중곡재래시장 이사장=상인들이 온누리상품권 온라인 판매를 할 땐 상인회에서 재판매하거나 다른 쇼핑몰에 올려 재판매를 금지하는 규제가 있다. 제조 공장을 하나씩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나 상인회에서도 재판매가 가능하도록 시설기준을 완화하면 전통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임택진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 전문위원=공무원과 대화하다 보면 제대로 된 규제개혁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느낀다. 법령개정 없이도 끈질기게 매달리면 부처의 적극적 법령 해석만으로도 규제개혁이 가능하다. 일선 공무원들이 절실함과 진정성을 갖고 규제개선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을 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안 하려고 하면 규제가 보인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송현주 로직게임 대표=콘텐츠진행원에서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캐릭터 라이선싱 기술료를 5년간 나눠 납부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다. 국가 연구개발(R&D) 기술료를 징수하는 행정과정도 복잡하다. 영세업체로선 비용이 많이 든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수익금을 기술료로 징수하는 것은 문화산업진흥기본법상 조항 삭제가 필요한 일이다. 현장 의견을 반영해서 금액과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조속히 결정하겠다.

▶이희숙 씨(강원 홍천군 귀농 주부)=마을에서 부녀자들이 농한기를 이용해 찹쌀, 오미자 같은 특산물로 한과 판매 공장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공시한 상수원 상류지역이라 공장 설립이 힘들다. (공장이 지어지더라도) 일반 가정집 정도로 폐수를 적게 배출해야 하는데, 이 같은 규제는 과도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승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도, 애써주시는 (공무원)이 없었다. 환경부는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국토부는 또 가능하다고 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상수원 보호구역 규제 해결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업종을 조사 중이다. 이달 중순 조사가 끝나면 수도법을 개정해 내년 중 허용하도록 하겠다.

▶박 대통령=내년이요? 오염이 적으면 허용하도록 기존 법에도 돼 있다는데, 어떻게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나. 국토부·환경부가 (법)해석이 다른 것도 원스톱으로 해결해줘야 한다.

▶이씨=현재 농업기술센터 창업지원을 받아 10월 중 공장 설립을 못 하면 (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다. 공무원이 환경영향평가를 하면 되는데, 일일이 찾아가면서 해결하는 건 너무 힘들다. 농민이 가공사업을 하는 것을 ‘6차산업’이라고 장려하지 않았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처 간 협의해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

▶이정연 서광코리아대표=석유화학 소재사업 공장을 한다. 공장이 24시간 돌아가 사람이 항상 부족해 고용노동부에서 알선받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싶어도 정보가 부족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근로자의 (자기소개) 동영상을 (웹페이지에) 올려서 사업주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

▶박 대통령=얼마 전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국내 업체가 개발한 투척식 소화기의 안전인증이 지연되는 사이, 일본 업체가 시장을 잠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우리는 왜 오래 걸려야 하는지,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규제개혁 신문고에 관계 부처가 수용하기 어려운 건의가 올라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담당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