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맛이야” > 유소연이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헌트CC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캐나디안퍼시픽여자오픈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 맛이야” > 유소연이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헌트CC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캐나디안퍼시픽여자오픈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나디안퍼시픽여자오픈(총상금 225만달러)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리며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선수들은 이달 초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의 마이어LPGA클래식 우승, 박인비(26·KB금융그룹)의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 제패에 이어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유소연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헌트CC(파72·665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 2012년 8월 제이미파톨리도클래식 이후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 상금은 33만7500달러(약 3억4000만원).

박인비
박인비
최나연(27·SK텔레콤)이 합계 21언더파로 2위에 올랐고 박인비가 합계 18언더파로 3위에 올라 한국 선수가 1~3위를 휩쓸었다. 유소연의 우승 스코어 23언더파는 박인비가 지난 6월 매뉴라이프파이낸셜클래식에서 작성한 시즌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이다. 유소연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9위에서 5위로 도약했다.

합계 20언더파로 2위 최나연에 4타 앞선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유소연은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아내 우승보다는 투어 72홀 최소타(27언더파) 경신 여부에 더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후반에 들어가면서 유소연은 10번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내고 15번홀(파4)에서 2m 남짓한 파퍼트를 놓치며 흔들렸다. 그 사이 같은 조에서 경기한 최나연이 맹타를 휘두르며 1타차로 추격했다.

최나연
최나연
하지만 최나연은 16번홀(파5)에서 벙커샷을 홀 2m에 떨어뜨린 뒤 친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며 압박에 실패했다. 유소연은 이 홀에서 1.7m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유소연은 막판에 1타차 추격을 허용한 것에 대해 “(최)나연 언니가 정말 잘해서 압박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2년 사이 ‘톱10’에만 27차례 든 끝에 우승한 유소연은 “우승 기회가 오면 ‘못하면 어쩌나’ ‘지금 못 하면 영원히 못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오래 기다린 끝에 큰 벽 하나를 넘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소연은 퍼터를 바꿔 퍼팅감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유소연은 “인터내셔널 크라운 당시 인비 언니도 퍼트가 잘 안됐는지 연습할 때 내 퍼트를 본 뒤 퍼터를 한번 써 보자고 하고는 주문을 하더라”며 “이후 언니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까지 했고, 나도 이번에 우승했으니 좋은 일”이라고 즐거워했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함께 뛴 박인비 최나연 김인경(26·하나금융그룹)과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 것도 유소연에게는 긴장감을 풀고 심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유소연은 “인터내셔널 크라운 때 저녁 내기 퍼트 시합을 해 내가 사기로 한 자리였으나, 그 사이 인비 언니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언니의 ‘우승 턱’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선수끼리 마음을 터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그때 함께 얘기를 나누고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최)나연 언니가 늘 수요일에 함께 저녁을 먹고 한국 선수가 우승하는 전통을 만들자고 하더라”며 웃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리디아 고(17·뉴질랜드)는 4타를 잃고 합계 1언더파 공동 55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