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청약을 받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내곡지구 2·6단지’는 157가구(일반공급 기준) 모집에 8281명이 몰려 평균 52.7 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6단지 전용면적 59㎡의 경쟁률은 123 대 1에 달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그린벨트 해제지역 공공 아파트여서 최장 3년간 의무 거주해야 하고, 같은 기간 매각이 제한됨에도 청약자가 많았다”며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대출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의 조치가 나오자 분양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한여름 분양시장이 활황세다. 일부 지역에선 투자자까지 가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분양한 10개 아파트 중 충남 홍성과 충북 제천 2곳을 제외한 8개 단지가 모두 1~3순위 내 마감됐다. 청약 미달이 없는 8곳 단지에 몰린 청약자는 2만9000명에 이른다.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고가 아파트부터 서울 강북, 지방 단지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청약 성공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올여름 분양시장의 특징이다.

기준층 분양가가 6억5000만원을 웃도는 고가 아파트인 ‘위례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은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청약 1순위에만 5936명이 몰려 5.4 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서 다 팔렸다.

자신감 되찾은 건설사…가을 분양은 14년來 최대

청약 미달이 많았던 서울 성북구 ‘정릉 꿈에그린’(1.6 대 1)도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9개 주택형 중 6개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되는 등 모든 주택형이 3순위 안에서 청약 마감됐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 시내 ‘첨단지구 중흥 S-클래스 리버시티’ 청약 경쟁률은 31.9 대 1까지 치솟아 과열을 걱정할 정도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주택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던 청약 가점제 감점 항목을 삭제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예고한 만큼 올가을 분양시장의 청약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에 진입하면서 자산가들이 임대소득도 기대할 수 있는 유망 분양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 분양 시장에 대한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건설사들도 경기 침체기에 분양 일정을 미뤘던 아파트를 대거 쏟아내면서 올가을 분양시장은 2000년 이후 가장 큰 장이 설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오는 9~11월 가을 분양 예정 물량은 9만539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8861가구)보다 21% 많다. 교통 교육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 지역에 건설되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작년(2294가구)보다 8배 가까이 늘어난 1만8086가구에 달한다. 서울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2차’와 서초동 ‘래미안 서초’ 등이 대표적이다.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등 서울 강남권과 가까운 신도시에서도 새 아파트 공급이 잇따른다.

부동산개발 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규제 완화 보따리’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이 빨리 처리돼야 시장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