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물은 몸 길이가 2mm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균 1.55mm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 크기는 500원 짜리 동전의 500분의 1에 머물러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다는 얘깁니다.
특히 이 동물은 사계절 가운데 봄 여름 가을엔 물 속에서 생활하다 겨울엔 잠을 자기 위해 육지로 기어 나옵니다. 매우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지닌 셈인데요. 때문에 진화이론에서 보통의 과정으로 불리는 ‘물에서 뭍으로’가 아닌 ‘물에서 그냥’이란 학술적 분석이 뒤따릅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생태 특성에 따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이 희귀 동물의 서식지 (경기도 연천 은대리)를 천연기념물 제412호로 지정해 특별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2009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측이 이 서식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육안으로 1300~1800마리 정도가 사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무슨 동물이냐고요? 학명이 Argyroneta aquatica인 바로 물거미란 놈인데요. 위 아래의 사진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식지의 환경 변화로 인해) 자칫 절멸할 지도 모를 이 물거미를 영구적으로 보존해 후손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의 연구팀이 물거미를 인공으로 증식하는데 최근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물거미의 인공증식은 사례가 전 세계 학술계에서도 전혀 보고되지 않은 상태라 세계 최초의 성과라고 평가됩니다.
자연문화재연구실은 이를 위해 2009년부터 6년간 연천 은대리 물거미 서식지에 대한 환경 조사와 관찰 연구를 지속해 이번에 개가를 올렸다고 합니다.
증식 연구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수조에 서식지와 비슷한 수중 환경 조성. 번식 가능한 물거미 암수 2쌍을 넣어 자연스러운 짝짓기 유도. 결과 지난달 (7월) 24일 어미가 번식을 위해 만든 알집에서 새끼 물거미가 동시에 55마리가 부화.”
자연문화재연구실 강정훈 연구사는 “짝짓기를 한 어미 물거미가 수중 수초의 공기주머니 집 속에 알집을 만들어 15일간의 부화과정을 거쳐 새끼 물거미로 탄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지구상에서 물거미가 사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설명입니다.
강정훈 연구사에 따르면 물거미는 봄 여름 가을 3계절 물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배 부위에 공기 방울을 항상 붙이고 다닌다고 합니다. 자신 집도 공기주머니로 만드는 생활양식을 가졌다 하고요. 겨울철엔 육지로 나와 보온이 되는 움푹 파인 땅에서 동면을 취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