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열린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경환 부총리 (오른쪽부터),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열린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경환 부총리 (오른쪽부터),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통상임금 등 현안이 산적한데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 ‘우물 안 개구리’로 시간을 흘려보내면 우리 경제는 ‘솥 안의 개구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열린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노·사·정이 반년여 만에 노사정위 정상화에 합의한 것은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정년 연장 등 노동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김 위원장의 말처럼 모두에게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노·사·정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12월 한국노총이 경찰의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반발하며 노사정위를 떠난 지 7개월 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대환 위원장,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배 한국경총 회장직무대행,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참석했다. 간담회 전날 공식 불참을 선언한 민주노총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사정위 정상화 합의 뒤에는 우선 취임 때부터 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의 ‘친노동 카드’를 빼든 최경환 부총리와 이기권 장관의 역할이 컸다. 간담회를 하루 앞둔 28일 기재부에서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연구원 400명이 내년 중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장관은 같은 날 “양 노총은 대한민국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으로 반드시 대화에 참석해야 한다”며 “장관 스스로도 진정성을 갖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여기에 ‘공공부문 정상화’와 관련한 논의기구를 만들자는 한국노총의 제안은 잠겨 있던 노사정위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했다. 그동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개혁이 “정부의 일방적인 가짜 정상화”라고 반발하며 대표자회의 소집을 요구해 왔으나 1기 내각의 현오석 당시 부총리는 “노동계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번번이 거절했다. 한국노총의 제안에 대해 최 부총리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면 이날 간담회는 말 그대로 상견례에 그쳤을 공산이 크다.

공공부문 정상화를 둘러싸고 엉켜 있던 노·정 간 매듭이 풀리면서 노사정위 참석을 거부해온 민주노총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화 재개 분위기와는 별개로 노동계 내부에 강성 목소리도 많아 노사정위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동만 위원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에게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 △최저임금 인상 및 제도개선 △세제개편 등의 정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또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의 움직임도 변수다. 공대위는 이날 만남과는 상관없이 내달 27일부터 9월3일까지 예정된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힘들게 조성된 노·사·정 대화 분위기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