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새 법관임용제, 사실상 '쿼터제'인가
대법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2015년도 상반기 법관임용 계획’과 관련해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들에게만 필기시험을 치르도록 한 것은 법관 임용에 사실상 쿼터제(할당제)를 적용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쿼터제는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을 50 대 50 등 일정비율을 정해 놓고 뽑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실력과 무관하게 정책적 판단에 따라 판사 임용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논리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당장 반박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서울변회 측은 “법원 계획에 따르면 출신에 따라 서로 다른 임용절차를 거친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출신에 따른 쿼터를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사례를 들어 보였다. 예를 들어 중간임용심사 대상자를 100명 선발하는데 A그룹에서 50명, B그룹에서 각 50명을 선발한다고 하자. 이때 A그룹에서 51등을 한 사람이 B그룹 1등보다 우수할 수 있다. 그런데도 A그룹에서 50명만 선발하기로 미리 쿼터를 설정했다는 이유로 A그룹 51등을 탈락시키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경쟁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서 서울변회가 말하는 A그룹은 사법연수원 출신일 수도, 로스쿨 출신일 수도 있다. 출신이 어떻든 더 적합한 사람이 임명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대법원 측 계획에 따르면 법관 임용 여부가 실력과 무관하게 사법부 상층부의 뜻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과 서울변회 어느 한쪽 편을 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로스쿨 출신들만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도 당사자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법관 임명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면 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을 하는 자로, 이 원칙에 부합하는 판사를 임명하면 충분하다. 국민에겐 유능한 법률지식이 있고 공정한 법관이 재판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디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정치적 정무적 판단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배석준 법조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