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왕립 셰이크칼리파병원을 맡아 운영한다.

서울대병원, UAE 병원 운영…경제효과 5년간 1조
서울대병원과 보건복지부는 UAE 대통령실이 시행한 셰이크칼리파병원의 공개 입찰에서 서울대병원이 독일 미국 영국의 명문 종합병원을 꺾고 위탁운영자로 확정됐다고 10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8월부터 5년간 셰이크칼리파병원 운영과 컨설팅을 맡게 된다. 위탁운영비는 연간 2000억원(5년간 1조원) 수준이다. 국내 병원이 2000년대 들어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와 별개로 연간 80억원(5년간 400억원)가량의 수익 배분 수수료와 의료진 교육 등을 통한 추가 이익도 얻는다.

현지에 파견할 의료진 규모도 역대 최대다. 의사 간호사 사무직 등 290명가량을 국내에서 파견한다. 이 병원을 잘 운영하면 앞으로 최소 2~3개 왕립병원을 추가로 위탁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셰이크칼리파병원은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세운 왕립 전문병원이다. 병원 명칭도 대통령 이름을 땄다. 암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 위주의 전문병원으로 운영된다. 초기엔 1인실 250병상 규모로 운영되지만 앞으로 성과에 따라 400병상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병원은 오는 12월 암과 심장질환 진료를 시작으로 1차 개원할 예정이다. 내년 4월 공식 개원하며 의료진을 포함해 1420여명의 직원이 상주하게 된다.

지난해 공고가 나온 셰이크칼리파병원 위탁운영 국제 입찰에는 서울대병원과 미국의 스탠퍼드대병원·존스홉킨스대병원, 독일 샤리테병원, 영국 킹스칼리지병원 등 세계 명문병원 7곳이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이 셰이크칼리파병원 위탁운영자로 선정됨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위탁운영수입 1조원과 수수료 400억원, 의료진 교육과 기술 전수에 따른 추가 수익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은 셰이크칼리파병원의 임상(진료)과 비임상(행정·경영·마케팅·컨설팅 등) 업무를 모두 맡는다.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UAE는 과거 의료송출 협약을 통해 한국 의료진과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다”며 “전체 병원 직원 수의 20%가량을 한국에서 파견해 기술을 전수해주겠다고 제안한 부분이 가장 큰 점수를 땄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UAE를 방문, 보건의료 협력방안을 논의하면서 이번 입찰에 힘을 실어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칼리파 대통령의 후계자)를 만나 “필요하다면 의료 낙후지역에 한국 병원들이 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인석 복지부 보건산업국장은 “한국의 종합병원이 중동에 진출해 병원을 운영하게 된 첫 번째 사례로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이 될 것”이라며 “국내 대형병원의 중동 진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중동에 진출한 1호 병원은 국내 요양전문병원 성남 보바스기념병원이다. 2012년 30병상 규모의 두바이재활센터 위탁운영 사업자로 선정돼 의료진 4명 등 모두 17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6일 보라매병원을 시작으로 지난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파견 지원자를 선정하기 위한 설명회를 여는 등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사·간호사·사무직 등 300여명을 보내야 하는 만큼 서울대 본원과 분당·보라매병원 등에서 골고루 선발할 계획”이라며 “2년간 순환근무를 하되 인도·파키스탄 등에서 채용하는 인력에 대한 교육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준혁/고은이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