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출 여성 청소년에 감기약 등 제공·상담
거리를 헤매는 가출 여성 청소년에게 약국이 무료로 의약품을 제공하고 치료·보호시설을 소개하는 ‘소녀 돌봄약국’(사진) 사업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법 위반이라고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시와 서울시 여약사회, 서울시립청소년건강센터가 함께 가출 여성 청소년에게 감기약과 진통제 등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과 생리대 등을 1인당 1만원 한도 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됐다.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거나 가출 청소년이 보호시설 입소를 원하면 약사가 간단한 상담 후에 치료·보호시설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현재 여성 약사가 운영하는 서울시내 103개 약국이 소녀 돌봄약국으로 지정돼 있다. 가출 청소년들이 ‘가출팸’(몇 명씩 그룹을 이뤄 생활하는 가출 패밀리의 준말)을 만들어 생활하는 영등포역, 건대입구역, 홍대입구역 등 번화가 주변 약국들이 주로 참여했다. 약국 앞에는 분홍색 하트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누구나 쉽게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약국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여약사회의 주장이다. 특히 ‘조건만남’ 등을 통해 성병에 걸린 가출 청소년의 경우 홀로 산부인과를 찾아 치료받기는 힘들지만 여성 약사 앞에서는 편하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치료시설을 소개받을 수 있다.

권영희 서울시 여약사회 회장은 “지난 3월부터 소속 약사들이 가출 청소년 쉼터 관계자들과 10여 차례 워크숍을 하고 가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은 소녀 돌봄약국 사업이 약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며 지난 4일 서울시에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의료법상 의사 처방에 따른 약품 조제와 일반의약품 판매만 할 수 있는 약사가 증상을 들은 뒤 치료시설을 연결해주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약사가 심리상담과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행위는 의약 분업의 취지를 거스른다”며 “가출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의사들이 직접 봉사활동 형식으로 진료에 나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서울시가 작년부터 ‘세이프 약국’ 사업을 통해 약국이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한 것이 의협의 민감한 대응을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종수 서울시 여성가족정책 담당관은 “증상을 듣고 상담한 뒤 치료시설에 연결해주는 행위가 의료법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자발적 봉사활동인 만큼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