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미갤러리·이 부회장 비밀창고 압수수색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이혜경(62) 동양그룹 부회장이 법원의 눈을 피해 미술품을 빼돌려 서미갤러리에 팔아치운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선봉 부장검사)는 지난 2일 강제집행면탈 등 혐의로 동양그룹 창업주의 딸이자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법원의 가압류 절차 직전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미술품을 갤러리 서미 홍송원(61·여) 대표를 통해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현 회장 등 동양그룹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중 이 부회장과 홍 대표 사이의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지난달 이 부회장의 미술품 보관 창고와 갤러리 서미를 압수수색해 그림과 조각품 등 미술품 수십점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법원의 재산처분을 피해 미술품을 미리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법원은 동양네트웍스의 회생절차 관리인으로 지정된 전 동양네트웍스 상무보가 서울 논현동 동양네트웍스 사옥과 가회동에 위치한 회사 소유 주택에 숨겨진 이 부회장 부부 소유의 골동품 330여점을 발견하자 이를 가압류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의 가압류 집행 직전에 현 회장 측에서는 트럭을 보내 골동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관리인이 "법원에 이미 보고된 사안"이라며 만류하자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미술품을 처분해준 홍 대표는 CJ그룹의 해외 미술품 구매를 대행해주면서 탈세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비리에도 연루되는 등 재계의 돈세탁 창구로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