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이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따른 정상화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문제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은행 류희경 수석부행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권단 공동관리에 의한 정상화 추진을 동부제철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동부제철이 이르면 이번주 중 채권단에 자율협약 돌입을 신청하면 채권단이 논의를 거쳐 자율협약을 확정할 전망이다.

류 부행장은 "23일 김준기 동부 회장과 만나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돌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율협약은 재무구조개선 약정보다 높은 수위의 구조조정 방식으로 해당 기업은 일정 기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고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워크아웃은 해당 기업의 채권이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돼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동부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협의해 왔지만,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 방식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약정 체결이 지연돼 왔다.

앞서 동부제철은 내달 7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24일 열리는 차환발행심사위원회에 차환발행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동부그룹과 채권단의 대립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이 지연되고 있어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금융투자업계 등 차심위 구성 주체들이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은 8월에도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동부제철은 추가 담보여력이 떨어진 데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어서 시장을 통한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유동성 위기에 따라 자율협약 돌입에 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 기준 동부제철의 총 차입금은 2조3천억원 수준이다.

또한 포스코가 24일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당진발전의 패키지 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 자율협약 체결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두고 채권단과 갈등을 보인 상황에서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고 회사채 만기까지 연이어 도래하게 된 것이 유동성 위기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동부제철의 채권단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1조400억원)의 여신 규모가 가장 크다.

이어 정책금융공사(2천800억원), 수출입은행(2천억원), 우리은행(2천억원), 농협(1천800억원), 신용보증기금(1천500억원) 등이 주요 채권단에 포함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부채권은행이 관여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자율협약 동의서가 송부된 후 내부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행장은 "제2금융권 여신이 많은 경우 협조상 어려움으로 워크아웃으로 가는 사례가 있지만, 동부제철의 경우 채권자 구성상 자율협약에 들어가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율협약 방침에 합의한 동부제철을 제외한 다른 비금융 계열사의 구조조정 방안은 지난해 동부그룹의 자구계획안 발표에서 추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류 부행장은 "동부그룹 전반의 구조조정 계획 변경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동부 계열사 중 동부제철의 유동성이 문제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의 경영권이 문제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경영권을 주느냐 안주느냐 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고 정상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긴급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으나 동부제철 자율협약 추진 방침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동부그룹 내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가 단절돼 있어 금융계열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