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다문화평화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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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한국 사회에선 ‘다문화인=사회적 약자’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잘못된 시각이죠. 다문화인은 국가 간 가교 역할을 하는 평화의 메신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문화인을 복지와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참사랑에 바탕한 통합적 관점의 다문화 평화운동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유경석 한국다문화평화연합 초대 회장(50·사진)은 다문화인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다문화가정과 다문화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향된 관점을 바꿔야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인은 세계 속의 한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다문화평화연합은 올 4월25일 서울시청에서 52개 다문화단체가 모여 출범했다. 급속도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창립됐다. 다문화인에 대한 이해와 보살핌을 넘어 평화·공영의 기치를 실현하고 ‘세계 속의 한국인’이자 ‘한국 속의 세계시민’으로 함께 살아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 출발점은 오는 8월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국내 다문화인 1만여 명이 참석하는 ‘다문화평화 세계시민축제’다. 다문화인과 내국인의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유 회장은 지난해 10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회장에 취임했다. 고 문선명 총재 내외 주례로 합동 결혼식을 통해 태어난 2세 출신으로는 처음 회장에 올랐다. 그는 가정연합의 세계시민 정신과 다문화평화운동이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정책의 기본 방향이 국가 주도의 사회통합 목적에 따라 다문화인을 ‘한국인’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다문화를 이분법적 시각으로 분리해 바라보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죠. 다문화사회 한국의 평화를 위해 다문화인에 대한 우월적 이해나 보살핌을 넘어서 다수의 내국인도 함께 할 수 있는 통합적 관점의 다문화 평화운동이 필요합니다.”

- 한국다문화평화연합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한국다문화평화연합은 4월25일 서울시청에서 52개 다문화단체가 모여 출범했습니다. 저는 국내 다문화단체 화합을 위해 회원 단체들의 뜻을 헤아려 하나로 모아갈 것입니다. 다문화인의 아픔을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주고 국가정책에 이바지 하는 한국다문화평화연합을 만들겠습니다.”

-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죠.

“한국은 급속도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모두가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또 한국 속의 세계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죠. 글로벌 시대 세계시민의 응축된 장(場)인 다문화가정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다문화가정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함께 사는 사회의 일원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 창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정부의 다문화정책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기본 방향에 한계가 있었어요. 국가 주도의 사회통합 목적에 따라 다문화인을 한국인으로 만드는 데만 힘을 기울였죠. 다문화인에 대한 우월적 이해나 보살핌, 복지와 교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선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분법적 시각이 아니라 다수의 내국인도 동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공동의 윤리, 즉 참사랑의 가치관이 토대가 돼야죠. 이런 공감대 속에 다문화종합복지센터, 한국다문화평화교육원, 국제가정협의회, 이웃사랑 등 52개 다문화 단체가 한국다문화평화연합 출범에 힘을 합쳤습니다.”

-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를 강조해야 하는 맥락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는 다문화인을 사회적 약자, 복지와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짙습니다. ‘한민족’ ‘배달의 민족’이란 생각이 강하면 생길 수 있는 편견이죠. 다문화인은 국가 간 우호를 증진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는 평화의 메신저가 될 수 있습니다. 관점을 바꾸면 다문화인은 세계 속의 한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가 됩니다.”

- 한국다문화평화연합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됩니까.

“많은 다문화단체들이 소수의 인원으로 지역단위에서 분산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국다문화평화연합은 이들을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겁니다. 여러 다문화단체들과 연대해 한국 사회와 협력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다문화인들이 앞장서 인종과 종교, 문화의 국경을 넘어 세계시민으로서 ‘인류 한 가족’의 이상을 실현해야 합니다. 8월9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국의 다문화가정 1만 명을 초청해 다문화인과 내국인과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는 한마당 축제를 개최합니다.”

- 구체적 활동 계획을 소개해 주시죠.

“다문화평화 세계시민축제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합니다. 다문화인과 내국인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화합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 하반기엔 ‘다문화 평화학교’란 이름의 대안학교 설립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 2세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겪는 문제점에 적극 대처할 계획입니다.

다문화 단체들의 체계적 운영을 지원하는 ‘다문화 평화컨설팅 자문단’과 새로운 다문화 정책을 펼치기 위한 ‘다문화 평화연구원’도 닻을 올립니다. 한국문화중심주의를 탈피해 각 문화의 고유한 가치를 존중·인정하는 패러다임을 구축할 겁니다. 국내외 봉사를 통해 세계시민의 위상과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다문화 평화봉사단’ 활동도 활성화 할 방침입니다.”

- 앞으로의 방향성과 각오는.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다문화 선배가정들이 많습니다. 일찍이 한국으로 와 정착한 선배 가정들이죠. 사회적 편견 극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한국다문화평화연합은 이들이 삶을 통해 겪고 극복한 내용들을 통합해 국제적 차원에서 다문화평화를 만들어 가는 실천에 나설 것입니다.”

◆ 유경석 회장은…

선문대 통일신학과를 나와 선문대 신학대학원과 미국 UTS(통일신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1991년부터 국내외 목회활동을 하며 천주평화연합(UPF)·강한대한민국운동본부 사무총장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0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회장에 취임했다. 올 4월부터 한국다문화평화연합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통일그룹 재단·세계일보사 이사를 비롯해 (사)한국종교협의회 회장, 종교신문 사장 등으로 활동중이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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