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종합 =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교민들은 밤을 새워가며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에서 러시아와 맞붙은 한국팀을 성원했다.

유럽 국가에서는 17일 자정(현지시간)을 전후로 경기가 시작돼 교민 대부분은 가정에서 중계방송을 시청했으나 일부는 식당 등지에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영국 런던 교외 뉴몰든에서는 교민과 유학생 60여 명이 한 맥줏집에 모여 단체응원을 펼쳤다.

실내 응원이라 구호나 함성은 외칠 수 없었지만, 응원의 열기는 뜨거웠다.

교민들은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이근호가 선취골을 터뜨리자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내 동점골을 허용하자 아쉬움의 탄성을 터뜨렸다.

유학생 고성균 씨는 "행운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해 아쉽지만 남은 조별예선에서는 1승1무 이상의 성적을 올려 16강에 거뜬히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교민들이나 유학생들이 마련한 응원 행사는 없었지만,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함께 경기를 보면서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평소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던 한식당들은 이날 손님들이 일찌감치 끊기자 평소보다 한두 시간가량 일찍 문을 닫고 축구 관전 채비에 들어갔다.

이날 한국과 경기를 벌인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교민단체나 기업체 등이 주도한 단체 응원이나 거리 응원은 없었다.

경기가 오전 2시에 시작된데다 주러 한국대사관이 러시아팬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가급적 단체 응원을 자제할 것을 교민들과 기업체들에 요청한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대다수 교민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모스크바에서 12년째 사업을 하는 FC 라이프 권순건 회장은 1-1 무승부로 끝난 이날 경기에 대해 "러시아에 사는 교민들에겐 최고의 결과"라며 "앞으로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 16강, 8강, 4강까지 진출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모스크바시 당국은 애초 계획했던 자국민의 거리 응원을 대부분 취소했다.

아프리카대륙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의 실버레이크스 주택단지에서는 교민 20여 명이 클럽하우스에 모여 대형 TV 옆에 태극기를 내건 채 '대∼한 민국'을 외쳤다.

교민들은 집에서 만들어 온 김치전 등을 나눠 먹으며 승리를 염원하는 마음을 한데 모았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한국 음식점을 찾은 현지 교민과 지·상사 주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한국 공격수 이근호가 후반에 선제골을 터뜨리자 음식점에서는 '와∼'하는 환호가 터져 나왔고 일부 교민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이날 경기를 중계한 독일 공영 ZDF 방송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들이 대부분 국가대표팀에 포함돼 있다며 손흥민, 구자철 등을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런던 김태한 특파원, 베를린 박창욱 특파원, 파리 박성진 특파원, 모스크바 유철종 특파원, 부다페스트 양태삼 특파원, 이스탄불 김준억 특파원, 카이로 한상용 특파원, 두바이 유현민 특파원, 요하네스버그 류일형 특파원)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