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셋값 다시 오르나
봄 이사철이 끝나면서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름방학을 이용한 학군 이주수요가 예년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는 데다 내집 마련 대신 재계약을 통해 전셋집에 눌러 앉는 세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01% 오르며 지난달 16일(0.03%) 이후 3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은평구가 0.09%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동·관악·광진·서대문구가 0.08%로 그 뒤를 이었다. 서초구와 용산구도 0.07%씩 상승했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 힐스테이트 7차’는 전세 물건이 없어 대기 수요만 늘고 있다. 전용면적 59㎡와 84㎡ 전셋값은 각각 3억1000만원과 3억8000만원으로 지난달보다 1000만원가량 뛰었다. 20~30대 직장인과 신혼부부들이 전셋집을 많이 찾는 관악구 신림·봉천동 일대도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매매거래는 뜸하지만 전세는 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곧바로 계약된다”고 말했다.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도 4주째 이어지던 하락세가 지난주 보합(변동률 0%)으로 전환됐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역시 3주 만에 마이너스 행진을 멈췄다.

서울 강남권은 하반기부터 재건축에 따른 이주를 앞둔 아파트가 2만6000여가구에 달해 강남발(發) 전세난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만 하반기 입주 아파트가 17만1602가구로 작년(13만2468가구)보다 30% 가까이 늘어나는 점은 전세난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임대소득 과세 방침 보완책이 매수 심리를 살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매매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