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중단 안도, 폭력사태 우려 교차
시내 배치된 군인 많지 않아

태국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23일 방콕 시내 거리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는 퇴근 시간 직전 군부가 전격적으로 쿠데타와 통금을 선언해 통금 시간 전에 귀가하려던 시민들로 인해 큰 혼잡이 빚어졌던 전날 저녁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군부는 23일부터 25일까지 모든 교육기관에 운영을 중단하라고 명령해 이날 전국의 학교가 휴교했으며, 이 때문에 금요일이면 혼잡이 가중되던 방콕 시내도 대부분의 도로에서 교통량이 대폭 줄었다.

지난 2010년 친탁신 진영의 대규모 시위로 유혈사태가 났던 최대 쇼핑가 라차프라송 거리에는 아침 시간에 행인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으며, 군인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왕궁, 세계 '배낭족의 수도'로 불리는 카오산 거리에는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으며, 왕궁은 평소대로 출입이 허용돼 외국인 관람객이 많았다.

왕궁 근처에는 군인들이 모래 주머니로 쌓아 만든 임시 초소에서 근무 중이었으나 얘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기도 하는 등 위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반정부 시위대가 그동안 점거 시위를 벌였던 라차담는 거리에는 전날 시위대가 철수한 뒤 나뒹굴었던 쓰레기, 천막, 간이 의자 등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으며, 경찰들이 마지막 주변 정리를 하고 있었다.

군인들은 2~3명씩 짝을 이뤄 임시 초소에서 근무 중이었으나 수가 많지는 않았다.

시위 장소로 자주 쓰이는 사남루엉 광장에도 행인이 많지 않았으며, 군인들이 드물게 보초를 서고 있었다.

왕궁, 라차담는 거리, 사남루엉 광장 등 비교적 광범위한 지역에 설치된 임시 군 초소는 10여개 정도였으며, 탱크는 한대도 눈에 띄지 않았고 군용 트럭이 간혹 초소 옆에 정차해 있다.

시민들은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었으며, 거리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솜삭 끼까트(약사·47)씨는 "인명이 더 희생되기 전에 군이 들어와서 기쁘다"며 친-반 탁신 진영의 시위가 끝나서 다소 안심된다고 털어놓았다.

여행관련 업체를 운영 중인 나롱 아둔(40)씨는 "오늘 결근한 직원들이 아무도 없다"며 쿠데타가 발생했지만 평소대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쿠데타로 당장은 시위가 중단됐으나 '레드셔츠'(친정부 시위대)들이 들고 일어나 더 큰 혼란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현지 방송들은 대부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군의 발표를 방송하거나, 군부가 구성한 새 행정기구인 국가평화질서유지회의(NPOMC)의 로고화면을 군가와 함께 내보냈다.

CNN, BBC 등 일부 외국 방송은 중단됐으며, 일본 NHK, 싱가포르 CNA, 프랑스 TV5 등은 방송을 계속했다.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