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애플-삼성' 특허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재판장이 원고·피고 양측의 '지시평결'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 평결은 판사의 개입 없이 배심원 판단에 따라 내려지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루시 고 판사는 28일(현지시간) 오후 원고 애플과 피고 삼성전자 변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측이 각각 낸 평결불복법률심리(JMOL·Judgment as a Matter of Law) 신청을 기각했다.

고 재판장은 "모든 쟁점은 배심원단이 판단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사소송제도에서 JMOL은 재판부가 재판 도중 법령이나 증거에 입각해 합리적인 결론이 명확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배심원단이 특정한 평결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혹은 배심 평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만약 평결이 나오기 전에 재판장이 특정한 평결을 내리도록 지시하는 경우이면 '지시평결'(directed verdict), 평결이 나온 후에 재판장이 이를 뒤집는 판결을 하면 RJMOL(Renewed JMOL) 또는 옛 용어로 평결불복판결(JNOV)이라고도 한다.

원고 애플과 피고 삼성전자는 이날 각각 1시간씩 추가로 전문가 증인을 내세워 주신문과 반대신문을 한 것을 마지막으로 증거제시 절차를 끝냈다.

이날 고 재판장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삼성 측 증인 케빈 제피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의 진술을 중단시키고 증거 능력을 무효화하는 한편 20여분에 걸쳐 삼성측 변호인단에 엄중히 경고했다.

고 재판장은 제피 교수가 당초 법원에 재판 전에 제출했던 보고서의 내용과 상이한 진술을 함으로써 소송 규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며, 삼성측 변호인단이 이런 진술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고와 피고 양측은 29일 2시간씩 최후변론을 펴며, 이어 배심원단이 결론을 내리기 위한 평의 절차에 돌입한다.

애플은 특허 5건, 삼성은 특허 2건을 근거로 상대편이 특허를 침해한 데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낸 본소(本訴) 청구금액은 21억9천만 달러(2조2천700억원)이며,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낸 반소(反訴) 청구금액은 623만 달러(64억6천만원)다.

삼성 측 전문가 증인은 애플의 본소 청구금액이 과다하며 만약 삼성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3천840만 달러(399억원)가 적정한 금액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애플 측 청구금액의 57분의 1이다.

애플 측은 삼성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제2차 '애플 대 삼성' 재판의 평결은 4월 말 혹은 5월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재판장은 배심 평결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양측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1심 판결을 내린다.

이에 앞서 시작된 제1차 '애플 대 삼성' 소송에서는 삼성이 애플에 9억2천900만 달러(9천900억원)를 배상토록 명하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1심에서 나왔으며 쌍방이 이에 대해 항소한 상태다.

(새너제이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