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산구 숙대입구 전철역 부근에 있는 국제영상빌딩(사진).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은 처남 권오현 씨와 함께 지배하던 영상 프로그램 제작업체 국제영상을 통해 2006년 이 빌딩을 130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 빌딩의 소유주는 사실상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44)로 바뀌었다. 이 시기 장부가치는 205억원으로 높아졌음에도 대균씨가 들인 비용은 1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유 전 회장한테서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배하는 기업을 내세워 국제영상 최대주주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당국도 국내외 알짜 부동산을 대거 보유한 유 전 회장 일가의 ‘편법 증여’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병언 장남, 고작 1억 들여 용산 200억 빌딩 사실상 지배
2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2000년대 세모그룹 재건 이후 유일하게 국제영상 지분을 보유해 왔다. 교회 홍보영상을 주로 제작하는 국제영상은 자본금 8억원 수준이지만 우리은행의 거액 엔화대출을 받아 2006년 국제영상빌딩을 13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유 전 회장은 권오현 국제영상 대표(36.6%)에 이은 2대주주(28.8%)였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2010년 돌연 국제영상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그는 해당 지분을 가족 이외의 제3자에 넘겼다.

국제영상 지배구조가 다시 바뀐 것은 지난해 일이다. 대균씨는 자신이 최대주주(20%)인 트라이곤코리아를 통해 국제영상 최대주주(18.41%)로 올라섰다. 유 전 회장이 국제영상에서 발을 뺀 뒤 3년 만에 권 대표가 조카인 대균씨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트라이곤코리아가 국제영상 최대주주에 오르는 데 지급한 금액은 6억4790만원. 이 중에서도 3억9720만원은 국제영상한테서 빌려 지급했다. 실제 2억5000만원만 들여 자산 211억원, 순이익 17억원 규모의 알짜 회사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한 세무전문 회계사는 “부채 수준(147억원)을 감안하더라도 자기자본이 63억원에 달하고 수익이 난다는 점에서 시장가격보다 낮게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마저도 상당수 인수 대상기업에서 돈을 빌려 지급하는 차입인수(LBO) 방식을 써 자금 지급을 최소화하고 지배권을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균씨는 ‘트라이곤코리아→국제영상→국제영상빌딩’의 최정점에 있어 사실상 빌딩 소유주 역할을 하게 됐지만 그가 실제 들인 자금은 거의 없다. 트라이곤코리아의 자본금이 5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립 자본금 1억원(지분 20%)을 댔을 뿐이다. 트라이곤코리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258억원을 장기로 차입받아 광진구 오피스텔빌딩 ‘트라이곤시티’ 분양사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영상빌딩을 둘러싼 복잡한 거래가 유 전 회장 일가가 주로 사용하는 ‘편법 증여’ 수법으로 악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세무전문 변호사는 “유 전 회장이 국제빌딩 지분을 증여하면 증여세 40% 안팎을 물어야 했겠지만 지배회사와 동업자를 활용한 매매계약으로 법망을 피해간 것 같다”며 “시장가격보다 확연하게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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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4월 25일 A25면 <27년만에…檢의 칼끝 ‘구원파 유병언’ 조준> 제하 등의 기사에서 유병언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를 세웠고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족이 국내외에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2천400억 원 정도에 달하며, 한국제약 김혜경 대표가 유병언 전 회장의 비서출신이라는 등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기독교복음침례회 설립 당시 유 전 회장은 발기인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한국제약 김혜경 대표가 유병언 전 회장의 비서출신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 유 전 회장 유족 및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이 2400억원대라는 보도는 추정일 뿐이며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의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