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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모이면 세월호 이야기만 해요.

점심시간에도 수업시간에도 눈물이 나고 너무 우울해요."

학교 현장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23일로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절망적인 소식만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과 교사들은 실종자와 사망자 대부분이 학생인 이번 참사가 더욱 남의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든지 자기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봐 크게 불안해하는 등 정신적·심리적 이상 증상까지 토로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세월호 관련 뉴스와의 접촉을 피하게 해달라"는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학부모 김모(42·여)씨는 "아이가 집에 오면 세월호 뉴스부터 켠다"며 "아무것도 못 보게 하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지만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서 어디까지 보도록 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학교 현장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정신과 전문의 등과 협의해 교사·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만들어 오는 28일 일선 학교에 보급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은 교사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되돌아보면서 각자가 가진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해줌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교조는 또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 학교 상담인력을 확충하고 전문가 집단상담 등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교사와 학생들이 심리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대다수 학생과 교사들이 이번 참사를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어 집단적 트라우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학교 구성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