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가나아트 부산에서 관람객들이 박수근의 수채화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가나아트 제공
13일 오후 가나아트 부산에서 관람객들이 박수근의 수채화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가나아트 제공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0세의 젊은 화가 김환기는 부산 영도에 있는 친구 이준의 다락방에 기거하며 달과 항아리, 판잣집, 피난열차 등을 그렸다.

이중섭은 1952년 12월 부산 르네상스다방에서 한묵, 박고석, 이봉상, 손응성 등과의 동인전을 통해 한국미술의 자부심을 보여줬다. 또 장욱진, 이중섭, 유영국 등이 참여한 미술단체 ‘신사실파’는 1953년 3월 부산 광복동으로 피난 온 국립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한국 현대미술의 씨를 뿌렸다.

이처럼 한국 현대미술사의 주요 지점을 지켜온 부산을 근·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유영국 등 작가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과 ‘근·현대미술 100선’전에는 연일 관람객이 북적인다. 현대미술 축제 ‘부산 아트쇼’에는 개성이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4000여점이 출품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끈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는 부산 해운대구 노보텔앰배서더호텔 2층 ‘가나아트 부산’에 마련됐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빨래터’를 비롯해 ‘고목’ ‘소금장수’ 등 대표작과 수채화, 드로잉, 도록 등 100여점이 걸렸다. 출품작의 시가총액만 1000억원을 넘는다. 지난달 20일 개막 후 주말에는 2000여명, 평일엔 평균 500~600명이 찾고 있다.

서울에서 관람객 40만명을 동원한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전은 오는 7월6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진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 근·현대 대표작가 57명의 1920~1970년대 작품 100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미술 교과서에 실려 어릴 때부터 봐온 한국의 명화가 총출동했다.

국내외 미술품을 감상하고 투자할 수 있는 그림장터도 열린다. 오는 18~21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리는 ‘부산 아트쇼’에는 국내외 작가 1000명의 작품 4000여점이 걸린다. 백남준, 이우환, 박서보, 김종학, 배병우, 김구림,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줄리안 오피, 무라카미 다카시 등 유명 작가의 작품부터 안두진, 이소연 등 신진 작가의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부산은 우리 현대미술의 씨앗을 뿌린 도시”라며 “격랑의 시대를 이겨낸 작가들의 강인한 예술혼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