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초동 예술
강수진의 파격…무대서 승급 발표
의전당 오페라극장.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무대에 예고 없이 올랐다. 이은원(24)과 이재우(24·사진)가 각각 오데트와 지크프리트 왕자 역을 맡아 연기한 ‘백조의 호수’ 공연이 끝난 뒤였다.

좌측 박스석에서 남편과 공연을 지켜본 그는 첫 커튼콜이 끝나자 재빨리 무대로 걸어갔다. 마이크를 든 강 단장은 “우리 무용수들 오늘 참 잘했죠. 박수 한번 쳐주세요”라며 옆에 있던 이재우의 손을 잡았다. 강 단장은 “재우가 어제 공연에서는 로트바르트를, 오늘은 지크프리트를 연기했는데 서로 다른 두 역할을 정말 잘해 줬다”며 “그동안 지켜봤는데 재능과 잠재력이 매우 크고 카리스마도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이재우를 솔리스트에서 바로 주역 무용수로 승급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재우는 입을 손으로 가린 채 울먹이며 감사 인사를 거듭 전했고, 객석에선 “브라보!”를 비롯해 환호성이 일었다. 무대에 막이 내려지자 커튼 안에선 단원들이 박수를 치며 “한턱 쏴”하며 축하하는 소리가 객석까지 들렸다.

국립발레단의 단원 직급은 수석무용수(프린시펄), 그랑 솔리스트, 솔리스트, 코리페(소군무), 코르드발레(군무)로 나뉜다. 이재우는 그랑 솔리스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수석무용수가 됐기에 파격적인 승급이자 발표였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발표 전까지 발레단 내부에서 아무도 몰랐다”며 “국립발레단 역사상 커튼콜 무대에서 직접 단원의 수석무용수 승급 발표를 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2009년 국립발레단 연수단원으로 무용수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0년 준단원을 거쳐 2011년 정단원이 된 입단 4년차다. ‘호두까기 인형’ ‘지젤’ ‘스파르타쿠스’ 등에서 주역을 맡아 무대에 섰다. 서울 국제무용콩쿠르 발레 주니어 은상과 동아무용콩쿠르 은상 및 금상을 받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했다. 국내 발레리노 중 최장신(195㎝)이다. 강 단장은 “키가 큰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