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법원에 맡기자는 노사정소위
‘실태조사와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 ‘향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 공청회. 주제는 ‘노사·노정관계 개선’이었고 오전에 있었던 ‘근로시간 단축’ 주제에 이은 두 번째 공청회였다.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근로시간 단축 안건이었는데도, 정작 공청회에선 노·사·정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힘을 너무 뺀 탓이었는지 오후 공청회 참석자들은 지친 기색이었다.

공청회가 맥없어진 이유는 또 있었다. 노사정소위 지원단(전문가그룹)의 의견이었다. 노사·노정관계 개선 공청회의 핵심 의제는 한국노총이 제시한 정리해고 요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 등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제안한 경영상해고 요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등이었다. 이에 대해 지원단은 1안과 2안까지 내놓으며 적극적 모습을 보인 근로시간 단축 안건과는 달리, 노사·노정관계 주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향후 심도 있는 논의’를 권고했고, 업무성과 부진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하자는 재계 주장에 대해서는 ‘법원에 맡기자’는 식이었다. 물론 노사정소위 지원단이 모든 안건에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소위가 꾸려진 후 여러 차례 회의가 있었지만 모든 안건을 다루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입법 가능성이 가장 높은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지원단의 취지가 국회에서 전문가들을 위촉해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입법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현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안건에 대해 지원단의 의견이 너무 먼발치에 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죽하면 야당의 한 의원이 “안건마다 법원 판단에 맡기자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했을까.

노사정소위는 15일 두 달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노사정소위가 출범할 당시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