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제일모직 합병…매출 10조원 거대계열사 탄생(종합2보)
신성장동력 육성 맞아떨어져…전자소재 수직계열화·3세 경영체제 공고히
모태기업 제일모직 60년만에 '역사속으로'…상호는 에버랜드서 사용검토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31일 이사회에서 양사 합병을 결의하고 글로벌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하며,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함으로써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회사의 사명도 삼성SDI로 한다.

두 회사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SDI는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거대계열사가 된다.

단순 합산 기준으로는 자산 15조원, 시가총액 10조원, 직원 1만4천여명 규모다.

1954년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은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삼성SDI는 2020년 연매출 29조원이 넘는 거대 소재·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의 소재부문 수직계열화가 완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자회사인 삼성SDI(부품)가 제일모직(소재)을 합병함으로써 소재부문 수직계열화가 이뤄진 것이다.

양사는 신성장동력 육성 차원에서 합병의 필요성이 강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의 원천 경쟁력인 소재 경쟁력 강화가 절실했으며, 제일모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이어 에너지·자동차 소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과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고객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제일모직의 합성수지를 기존의 전자·IT 시장 위주에서 자동차용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초경량 소재와 배터리를 결합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향상하는 솔루션 개발 등 차세대 먹거리 발굴도 기대된다.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기술과 제일모직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부문이 결합해 전자재료 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와함께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3세 경영체제를 더욱 공고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에게 넘기고, 남아있던 소재사업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으로 합병함으로써 이건희 회장의 삼남매 사이의 사업 분할구도가 좀 더 명확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각각 관할하는 구도다.

제일모직 조남성 사장은 "이번 합병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핵심경쟁력을 통합해 초일류 에너지·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박상진 사장은 "소재업계와 부품업계에서 각각 쌓은 양사의 전문 역량과 기술을 합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1970년 설립돼 흑백 브라운관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2002년부터는 신규 사업으로 배터리 부문을 추가해 불과 10년 만인 2010년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는 등 에너지 회사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현재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1954년 설립돼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 패션사업, 1990년대 케미칼 사업, 2000년대 전자재료 사업에 차례로 진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재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