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허위사실 증명 부족"…1심서는 '일부 유죄'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 도난에 관여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게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53ㆍ우석대 교수) 시인이 항소심(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안 시인은 1심에서는 일부 유죄를 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 (재판장 임상기)는 25일 오전 안 시인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허위사실 공포와 후보자 비방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 판결로 쟁점이 된 후보자 비방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후보자 비방죄는 인정되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적 이익과 후보자 적격성 판단 자료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공공의 이익이 함께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게 하려는 '공공의 이익'이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게시물의 내용이 진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허위성 입증 또한 충분하지 않고 피고인이 진실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범죄 요건을 갖췄으나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박 후보가 유묵 도난에 관여했다거나 도난 유묵을 소장했다는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범죄 의도에 대한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안 시인은 지난해 1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무죄', 후보자 비방 혐의는 '유죄'를 받았다.

다만, 비방 혐의에 대한 벌금 100만원의 선고는 유예됐다.

안 시인은 항소심 무죄 판결 후 "당연히 무죄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검찰의 기소가 애초 무리였다"며 "이제 법정을 더 들락거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늘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시를 다시 쓰겠느냐는 질문에는 "시를 쓰고 싶은데 잘 안 써진다.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찾을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최소한의 표현을 한 것이 법의 심판에 올랐다는 것이 억울했는데, 항소심 법원에서 이를 인정해 줬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사필귀정이다.

재판부가 과거의 후보자 비방 판결을 고려해 폭넓게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 시인은 판결 후 지지자 50명의 축하에 "고맙다"고 인사한 후 아내 박성란씨를 안아 기쁨을 함께 했다.

안도현 시인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던 2012년 12월10∼11일 "사라진 안 의사의 유묵은 1976년 3월17일 홍익대 이사장 이도영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했습니다", "도난된 보물 소장자는 박근혜입니다.

2001년 9월 2일 안중근의사숭모회의 발간도록 증거자료입니다" 등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17차례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안 의사의 유묵은 `恥惡衣惡食者不足與議'(치악의악식자부족여의·궂은 옷 궂은 밥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함께 의논할 수 없다)라는 글씨다.

(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김진방 기자 kan@yna.co.krchinakim@yna.co.kr